영화/영화를 보고...

영화-그녀에게... 2003년

나베가 2006. 4. 17. 16:12

 

 

영화후기...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전문가 평이 하도 좋아 얼마전까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재상영을 했던 영화다.

클럽발코니에서 당첨된 티켓으로 볼 수도 있었는데, 남편하고 같이 보려다보니 마지막기회를 놓쳐버리고.....그냥 잊고 있었는데....7월호 카톨릭 다이제스트 영화이야기에 너무나 장장하게 -내가 사는 이유-라고까지 써놔서 비디오로나마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속치마같은 하얀옷을 입고 기인 머리를 풀어헤친채  ..눈을 감은 두 여자가 사방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의자들 사이를 누비며 벽끝까지 달려가 부딪히고 쓰려지며...절규하듯 춤을 추고 있다. 여기에 한남자가 그녀들이 다칠세라 정신없이 그 의자들을 이리저리 치워주고 있는.....

베니그노는 옆자리에 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마르코에게 자꾸 시선이 간다.

 

영화의 도입부는 얼마전에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피나바우쉬'의 무용공연으로 시작된다.

피나바우쉬...

그녀는 쉰이 훨씬 넘은나이에 마흔살의 이 영화 감독인 페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기때문에 서슴없이 안무를 해주었단다. 마흔에 불과한 남자를 사랑할 수 있다는 그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정신도 그러려니와 ,지난 4월에 그녀의 공연을 봤을때의... 그 창조성에 그만 가위가 눌릴정도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시작부터 나를 압도했다.

 

그녀는 너무나 늙고 말라서 가슴조차도 없어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처절함을 연기하는 그녀에게선 말할 수 없는 우리들의 삶, 승화된 고통의 아름다움이 베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려는 메시지를 그대로 깔고서 그녀는 그렇게 무아지경이 되어있었다.

 

눈을 감고 처절한 삶을 춤추고 있는 두 여인....

발레리나가 꿈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있는 한 여인과,

여자 투우사였으나 투우경기중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또 한여인....

정신없이 그 흐트러진 의자들을 치워주고 있는 한 남자....

이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발레리나에게 끝없는 대화를 하면서 순진무구하게 짝사랑하고 있는 베니그노...

 

이 두 여인을 ....두 남자가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바라보면서 사랑하는것을 다루고 있음이 영화의 맥락이다.

 

창가에서 내려다보면 발레 학원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늘상 그렇게 바라보다가 알리샤를 사랑하게된 베니그노...비가 일주일 내내 퍼붓던 어느날 알리샤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베니그노곁으로 다가 오게 된다. 베니그노는 그녀의 전문 간호사로 발탁되어 그녀를 다른 간호사 한명과 같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준다. 아니, 보살핌이 아니라 그의 행복한 삶이 시작되는것이다. 사고전 그녀가 좋아했던것들을 섭렵하며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것들을 그대로 쉼없이 얘기해주며... 바보같은 천진난만함으로 그녀를 사랑한다.  그 생에 가장 행복한 삶을 ......

어느날  ....

"애인이 작아졌어요" (과학자인 여자가 다이어트약을 개발했는데,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약을 그 애인이 먹고난뒤 손가락만큼의 크기로 작아져버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끝까지 사랑한다는 그 여자앞에 남자는 잠든 그녀의 질속으로 들어가 ...그렇게 하나가 되버리는...) 란 무성영화를 보고 와서, 베니그노는 그만 알리샤에게 임신을 시키게된다.

욕정이라기 보다는 그렇게까지해서라도 간절하게 하나가 되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결국 성폭행죄로 감옥에 가게되고...아이는 사산되고, 알리샤소식도 묘연해진 채 자신은 결국 이감옥 저감옥으로 옮겨다닐 수 밖에 없다는걸 안   베니그노는 엘리샤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할수 있다고...

하지만 알리샤는 임신을 함으로써 깊은 수면으로부터 깨어나게 된다. 베니그노는 그 사실조차 모르지만...

 

한편 투우사를 사랑하게된 마르코는 매우 현실적이어서 그녀는 이미 죽은 사람이며, 앞으로도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없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으로 그는 베니그노가 하는짓을 이해할 수 없어한다. 그나마도 그녀가 사고전 전애인과 다시 함께할거라는 말을 했었다는걸 전해들은 마르코는 그녀곁을 서슴없이 떠나버린다. 결국 그녀는 죽고말지만...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있는 슬픈 멜로디들은  주인공들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줄뿐만 아니라 보는이의 맘 저 밑바닥 슬픔까지도 손이 닿을만큼 애절하게 만들었다.

그 가운데서도 '카에타노 벨로소'가 기타를 뜯으며 애절하게 부르는 그 '쿠쿠루쿠쿠 팔로마'의 꿈결같은 가락과 슬픔의 나락을 읊는 그 표정은 이 영화가 나타내고자 하는 서정을 피나바우쉬의 춤사위와 함께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 마르코가 이제는 깨어난 알리샤와 피나바우쉬 '마주르카 포고'공연장면을 보는것으로 끝이 난다. 그 승화된 고통의 아름다움에 눈물을 흘려대고 있는 마르코를 ...이제는 베니그노가  아닌 알리샤가 보면서...

 

매니아들의 평에 상관없이 영화가 끝난뒤...한동안 그냥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피나바우쉬의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마주르카 포고'공연의 감동이 파도치듯 내게 밀려와 영화를 보는 시작부터 끝까지 나를 휘감았기때문에...자신이 몸이 완전히 남자들에게 맡겨져 끝없이 이어져 갈것처럼 옮겨져 가는...그러다가 그냥 내던져지기도 하고...뒤집어지기도 하는...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거친 탄성!....그건 무엇을 의미한 거였을까?  삶의 애환? 슬픔?...격정?..이들을 아름다움으로까지 승화시키려는 그 처절함의 외침이었을까?

 

영화때문일까... 짧은 토막공연이 나왔을 뿐인데도, 그때와는 다르게 그 공연의 느낌이 너무나 슬프게도 내맘을 옭아메는듯 했다.  그 슬픔의 멜로디에 맞추어서 끝도 없이 왈츠를 추고 있을것만 같은....

 

며칠전에 신문에서 예쁜말을 하면 물분자가 꽃처럼 나타나고, 밉다는 말을 해주면 물분자가 마구 흐트러진.. 그런 그림과 기사를 본적이 있다.

우리는 살면서 이렇듯 영화에서 보고 느끼지 않아도, 과학적인 근거까지 대동하지 않더라도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내는 지는 잘 알고 있다.

식물인간에게 4년씩이나 쉼없이 얘기하며 마치 살아있는냥 사랑할수 있다는 그 바보스러움이 ..어찌보면 한없이 슬프지만, 누구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듣고 분명 행복해 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때문이었는 지도 모른다. 사랑하는이에게 행복을 느끼게 한다는것- 그렇게 할수 있는...그런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이란건 비록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아무것도 그녀에게 해줄수 없는 베니그노는 더이상 삶을 지탱할수도, 그 의미도 다 잃어버리게 된것이다.

 

자유란 무엇인가?

어느하나에 편협되지 않는....

나를 옭아메지 않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해내려면 그 하나에 목숨을 걸고 나를 옭아메어야만 해낼 수 있다는것을 안다.

그래...목숨을 걸고 해야만 그 절정까지 갈 수 있다는것...그게 맞아. 그건 정답인것 같아.

그곳엔 진정한 자유가 있을까?

 

사랑에 목숨걸고 죽음까지 가는것에 우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세상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삶의 가치중에 가장 마지막 순위라고... 

하지만...

정말 슬픈것은 아무런 느낌없이 그냥 살아가는 것!!  그냥.. 습관처럼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열두시가 임박해서 비디오테잎을 반환하러 갔다. 사실 벌금때문이 아니라 그냥 밤길을 걷고 싶어서....그 슬픔때문에...

 

다음날 ..

화요일엔 우리성당엔 미사가 저녁미사밖에 없어서 대화동본당으로 미사를 가느라고 택시를 탔다. 우연의 일치였겠지만...택시에서는 뜻밖에도 '그녀에게'OST인  카에타노 벨로소의 '쿠쿠루쿠쿠 팔로마'가 애잔하게 깔리고 있었다.

그냥 ....순식간에 ...수만가지나 되는 상념들이 한꺼번에 내게 달려들었다.

자칫 성당을 지나칠뻔  했다.



영화 줄거리를 모른다 하여도 이장면 하나만으로도 슬픔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그는 수많은 긴긴 밤을 술로 지새웠다 하네

밤마다 잠 못 이루고 눈물만 흘렸다고 하네

그의 눈물에 담아낸 아픔은 하늘을 울렸고

마지막 숨을 쉬면서도 그는 그녀만을 불렀네

노래도 불러보았고 웃음도 지어봤지만

뜨거운 그의 열정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네

어느날 슬픈 표정의 비둘기 한마리 날아와

쓸쓸한 그의 빈집을 찾아와 노래했다네

그 비둘기는 바로 그의 애달픈 영혼

비련의 여인을 기다린 그 아픈 영혼이라네




여운......  (아래도 재생버튼을누르시면나옵니다)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못뜨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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