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기악

[스크랩]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나베가 2008. 9. 13. 20:06

Piano Concerto No.4 in G minor, Op.58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4번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1 악장 (Allegro moderato)

1800년대 초반, 베토벤은 고통과 좌절, 슬픔과 고난으로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귓병을 비관한 나머지 "하일리겐슈타인의 유서(Heiligenstadt Testament)"를 쓰고 생을 끝낼 생각까지 할 정도였지요. 그러나 베토벤에게는 후세들이 그를 위대한 악성(樂聖)이라고 부를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점점 소리의 세계와 멀어져 가는 참담한 고통 가운데서도 이같은 불행을 딛고 일어나 더욱 의욕적인 창작 활동을 펼치게 되는데, 우리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월광소나타 op. 27》를 비롯하여 많은 명작들을 창조해 냅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대작곡가였을 뿐 아니라 훌륭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베토벤은 그의 피아노 작품을 초연할 때는 언제나 자신이 직접 피아노 연주를 맡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직접 연주에 의한 초연은 그의 나이 37세였던 1807년 , 바로 지금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있는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단조 op. 58》이 마지막이 됩니다. 그 다음부터는 안타깝게도 그가 직접 초연에 나서지 못했다고 하니.....! 바로 이곡이 1809년에 완성된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 flat장조 op.73 "황제"》입니다.

베토벤은 1805년에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의 바탕이 되는 《레오노레(Leonore) 서곡》3곡 중 "제1번 C장조 op.138", "제2번 C장조 op.72a"를 시작으로 바로 이 음악,《피아노 협주곡 제4번 G단조 op. 58》을 작곡하게 됩니다. 《레오노레(Leonore) 서곡 제3번 C장조 작품번호 72b》는 이듬해인 1806년에 만들어졌는데요, 제가 기록을 살펴보니 오페라《피델리오(Fidelio)》개정 후 1807년에는 《레오노레(Leonore) 서곡 제1번》을 다시 수정하는 등 퇴고(推敲)를 거듭하여 각각 독립된 연주회용 곡목으로 만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음악사에서는 창작의욕이 불타던 베토벤의 이 시기를 두고 "명곡의 숲"이라고 부르더군요. 《교향곡 3, 4, 5, 6번》을 작곡한 것도 바로 이 시기에 해당이 됩니다.

재생음악이 아닌 "라이브"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당연히 연주회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 청중들은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연주를 직접 온 몸으로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니......! 그 감동이 어떠했을지 한없이 부럽기만하고, 또한 궁굼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때쯤에는 이미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었을 정도로 심해진 귓병의 고통 속에서 베토벤이 마지막으로 이 곡을 직접 연주하던 당시에는 아마도 거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귀로 소리를 들으면서 하는 연주가 아니라 영혼으로 연주하는 위대한 베토벤의 모습을 200년이 지난 오늘날, 연민의 정과 뜨거운 가슴으로 상상해 봅니다.

가을 하늘과 모과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61》과 함께 이 시기에 작곡되었던 오늘의 음악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단조 op. 58》은 베토벤이 남긴 다섯 곡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도 초기의 형태를 벗어나 새롭고 완숙된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러한 협주곡들은 오랜 세월동안 이룩한 그의 고전주의 음악적 특징이 잘 나타난 작품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 협주곡은 베토벤이 협주곡 1악장의 새로운 형식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첫 작품으로 손꼽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단조 op. 58》, 이 협주곡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의의가 바로 피아노 솔로가 협주곡 1악장의 서두에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고전파의 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제시하면서 서주(序奏)를 시작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피아노 협주곡 제4번》에서 처음으로 독주악기인 피아노 솔로가 서두를 맡게 된 것입니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5번》에서 그는 관현악에 의한 리토르넬로(Ritornello)에 앞서서 독주악기를 처음 도입했는데 이것은 이미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사용한 시도였다고 합니다. 리토르넬로(Ritornello)는 18세기 전반, 바로크 시대의 기악 협주곡에서 독주부분을 사이에 두고 반복하여 연주되던 총주(總奏)부분을 말하는 것이라는데요, 반복되는 리토르넬로에 변화있는 독주부분을 교대시키는 이러한 악장구성을 <리토르넬로 형식>이라고 부릅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이후에는 슈만, 리스트, 차이코프스키, 그리그 등의 작품 중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유명한 협주곡에도 서두는 예외 없이 독주부분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는 모차르트로의 "고전적 모델"에서 시도되어 베토벤에서 완성된 새로운 양식이 그들에게도 강한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더군요.


1악장 (Allegro moderato)


2악장 (Andante con moto)


3악장 (Rondo - Vivace)

지금 여러분께서 감상하고 계시는 이 협주곡은 베토벤이 남긴 다섯 곡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제5번 E flat장조 op.73 "황제"》를 제외하면 가장 규모가 크고 대곡이라 할 만한 연주 길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감상하고 계시는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Allegro moderato)는 각 지휘자의 곡 해석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위에서 보시는대로 연주시간이 대체로 20분 가까이나 됩니다.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은 1악장에 비하면 연주시간이 짧은 2, 3악장은 쉬지 않고 한꺼번에 연주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파트가 이전의 경우와 달리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중요하게 뒷받침하도록 하고 있어서 피아노 협주곡임에도 마치 교향곡을 연상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을 바람

협주곡(協奏曲, oncerto)은 이름 그대로 어떤 독주 악기 하나 또는 둘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를 받쳐주는 오케스트라와 협력하여 어우러져 하는 연주로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열렸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 여류 피아니스트의 연주회 소식에서 평론가들의 글을 읽어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있더군요. "그녀의 연주가 대단히 훌륭한데 비해서 오케스트라가 너무 약하여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였던 것 같았노라"는 말이었습니다. 협주곡(協奏曲, oncerto)이라면 당연히 독주 악기와 관현악이 함께 만드는 음악이기에 독주 악기가 너무 드러나서도 안되고, 반대로 관현악에 묻혀 버려서도 아니 되니 둘 사이의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 져야만 될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단조 op. 58》에서 벌써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작품을 쓴 것으로 보여집니다.

협주곡(協奏曲, oncerto) 감상의 백미는 바로 카덴짜(Cadenza)라고 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다른 악기는 모두 멈추고 지정된 한 악기만 연주하게 하면서 독주자의 연주 기교를 마음껏 보여주도록 하는 것입니다. 작곡자가 카덴짜(Cadenza)를 처음부터 작곡에 명시해 놓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작곡자들이 카덴짜를 남기기도 하고, 독주자 자신이 만들어서 연주하기도 한다는데요, 음악을 전공한 분들은 악보를 보시고 비교하시면 바로 카덴짜 (Cadenza)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저 무작정(!) 감상하기만 할 수밖에 없는 아마추어로서는 조금 힘든 이야기가 되겠지요. 하지만, 같은 곡을 연주한 또다른 피아니스트의 연주곡과 서로 비교해 보면서 각각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카덴짜(Cadenza)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이 곡을 여러분께 소개드리기 위해 공부하면서 보니《피아노 협주곡 제4번》이 우리들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제5번 "황제"》에 가려 필요 이상으로 평가 절하되고 있거나 혹평하는 것을 더러 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만, 이 협주곡을 여러번 반복하면서 섬세하게 감상하면서 제가 느낄 수 있었던 점은 분명히 《황제》와 또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적(靜的)인 내면세계의 힘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황제》의 웅장함에 비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담백한 마음으로 대하는 가운데 《월광소나타 op. 27》을 통해 온 가슴으로 만날 수 있었던 베토벤의 낭만적 색채를, 삶의 고통 중에서도 결코 흐트러지거나 사라지지 않았던 숨길 수 없는 베토벤의 내면적 서정과 감동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출처 : ☆아름다운예당피아노★
글쓴이 : 여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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