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작품 가운데서 이채로우며 모든 점에서 다른 피아노 소나타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후기의 소나타보다 3년 정도 앞선 1822년에 작곡되어 있으나 이 작품은 만년의 뛰어난 소나타를 초월할 뿐 아니라 슈만, 쇼팽, 리스트
등의 낭만파 전성기의 피아노 곡보다도 앞서 있다. 슈베르트 자신에 의해서 <환타지>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으나 형식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들이 4악장 소나타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 악장이 계속해서 작곡되어 있지만 조성 및 속도표시의 변환으로 4개의 악장이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다. 그러나 전곡이 힘찬 하나의 속제에 의해 통일되어 있는 점에서 다른 소나타와 다르며 소나타 형식을 사용한 제1부에도 재현부가 없는 변칙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지적해 두지않으면 안될 일이다. 각 악장의 주제를 통일한다는 구성원리는 일종의 순환형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곡의 내용에 대해서 슈베르트 연구가인 한스 갈은 "즉흥적인 곡을 쓰는 사람은 그 동기를 우연적 계시로서 사용하고 그 자체를 초월하여
주제와는 원격적으로 관련하는 무한의 영역으로 자유롭게 들어선다. 이 곡은 자작 리이트 <방랑자>D.493의 선율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즉흥을 고전적 실천방법을 답습해 가며 후멜적인 비르투오지티를 추구한 특이한 곡이다."라는 취지의 소론을 피력하고 있다. H.갈이 말하는
것처럼 즉흥적 성격도 대단히 강하며 기존의 여러 형식에 무리하게 갖다 맞춘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작곡자 자신이 붙인
<환타지>로서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다. 다만 악곡 연구상으로는 4악장 구성의 소나타로 취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다. |
제1악장 - Allegro con puoco ma non troppo C장조
4/4박자
첫머리에 연타되는 중후한 으뜸화음의 리듬이 이 곡 전체를 통일 소재가 된 닥틸 음형이다. <방랑자
환타지>라는 이름은 제2악장 주제가 동명의 자작 리이트의 주제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되나 이미 이 첫머리의 음형도 그 리이트 반주 동기를
이용한 것이다. 이 주제동기가 16분음표의 상행분산화음을 끼고 몇번이고 강조되면서 발전해 간다. 16분음표 분산화음에 의한 패시지를 지나 제
47마디부터 E장조의 제2주제가 나타난다. 저음부에 응답을 가진 약간 서정적인 양상을 보이는데, 이것도 제1주제와 같은 동기를 쓰고 있으며
본래의 소나타 악장과 같은 양주제간의 성격적 대비감은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이 제2주제부는 약간 생소한 화성적 울림을 가지고 있던 제1주제와는
달리 유연한 선율적 진행 중에 미묘한 화성 변화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경과구를 지나 다시 C장조로 돌아오면 첫머리 주제의 동기가 나타나
전개부로 다다른다. 재현부가 없는 이 악장은 이후 119마디라는 장대한 전개부에 이른다. 전개에 있어서는 거의 제1주제가 사용되고 있으나
제1주제의 후반동기도 가끔 사용되고 있다. 철저한 동기 처리이긴 하지만 말하자면 베토벤적 동기조작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음향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슈베르트 독자의 전개이다. 그러한 의미에서는 하나의 소재를 바탕으로 한 즉흥 내지 파라프레이즈라고 말할 수 있는 느낌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확정적인 조성은 #계, b계의 장단조 가운데를 자유롭게 유전하면서 다채로운 울림이 구축되고 있다. 그리하여 최후의 24마디에서는 주요
동기만이 악센트를 가지고 강조되면서도 조용하게 되풀이된다. 점차 속도를 늦추고 c#단조의 딸림7화음상에 반종지한다. 그리하여 재현부를 갖지 않고
바로 제2악장으로 이어져 간다.
제2악장- Adagio c단조 4/4박자
표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변주곡 악장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그 주제는 자작의 리이트
<방랑자>의 선율에서 취하고 있다. 8마디의 주제 제시가 있은 후에 제9마디부터 제1변주가 되며 4성체의 내성2부가 화성진행을
16분음표로 섬세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소프라노에 E장조의 주제가 노래된다. 선율적 변화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다만 원주제가 c#단조로 약간
무겁게 연주된 뒤를 이어 E장조만의 부드럽고 가벼움이 보인다. 제18마디부터의 제2변주에서는 먼저 트레몰로적인 베이스음 위에 주제의 단편이
저음역에 c#단조로 나타나고, 후반은 이 단편이 리듬을 축소하여 좌우의 격렬한 어울림이 된다. 변주라기 보다는 동기조작에 의한 즉흥적 전개라고
할 수 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재27마디에서의 제3변주는 C#장조가 되어 왼손6잇단음표의 아르페지오 반주형에 실려 오른손 옥타브로 주제가
느긋하게 노래된다. 후반에서 반주음형이 3잇단음표의 화음형으로 되어도 오른손의 구성은 전반과 같다. 제35마디에서의 제4변주도 전반은 제3변주
후반과 닮은 구성을 취한다. 주선율은 옥타브가 아닌 한 음으로 되어 있으며 그 대신에 베이스 성부에 16분음표의 분산음형이 덧붙여져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말하자면 제4변주는 서두부분이며 본체는 39마디부터 c#단조로 돌연 오른손에 64분음표의 하강음계로 작은 피큐레이션이 나타나며
이것은 테누토처럼 연주되는 반주성부를 장식하며 계속된다. 드디어 양성부 모두 64분음표 음형으로 되며 점차 음량을 늘려서 중후한 화음이
점리듬으로 강렬하게 삽입된다. 이 리듬으로 클라이맥스가 만들어지면 갑자기 p로 음량이 떨어져 재5변주에 이어진다. 제48마디부터 왼손의 미묘한
화음 변화를 덧붙인 64분음표 반주 음형이 나타나 오른손에 옥타브로 겹쳐진 주제가 c#단조, 이어 C#장조로 재현적으로 나타난다. 이 패턴은
부서지지않고 계속되지만 조성은 확정되지 않고 점차 a단조로 옮겨져 속도를 떨어뜨려 반종지하여 제2악장을 끝마친다.
제3악장- Presto Ab장조 3/4박자
표시는 없지만 스케르쪼 악장으로 생각되며 트리오에 해당하는 부분도 놓여져 있다. ff로 악센트가 붙여진
생기에 찬 분산화음으로 시작되어 점리듬의 같은 화음의 연타를 지나 다시 분산화음형을 끼고 으뜸음이 반음 높여져 음계 2도음 위에 반종지한다. 이
7마디 주제의 후반 5마디는 제1악장 주제를 3박자 리듬에 변형시켜 놓은 것이다. 스케르쪼 적으로 변형된 주제 동기를 철저히게 사용하여 경쾌하게
발전시켜가지만 중간부에서 3잇단음표나 8분음표 반주 음형을 사용한 약간 멜로딕한 부분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주제 동기는 지속되고 있으며
제3부에서는 다시 첫머리 주제가 돌아온다. 제179마디부터는 Db장조의 트리오 부분으로 생각된다. 여기는 4분음표 중심의 구성이 취해져 있으며
4성부 서법의 화성진행이 강조되고 있다. 트리오가 끝나면 줴 동기를 지켜가면서도 감7화음이나 반음계적 진행을 많이 써서 조성의 확정을 피하면서
3잇담음표가 큰 파도를 그리며 곡을 클라이맥스로 가져간다. 주제 소재가 저음부에서 고음부로 옮겨지는 동시에 화성도 C장조로 향하는 준비에
이른다. 화음이 연타되는 8마디의 이행구가 반종지되어 이 악장은 끝난다.
제4악장-Allegro C장조 4/4박자
제1악장전체를 제시부로 보면 이 악장은 일종의 전개적 코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처럼 제1악장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화려한 카덴짜풍의 종곡을 만들고 있다. 병렬된 닥틸이 저음부에도 꾸밈도 새롭게 분명하게 제시된다. 처음 8마디를 쉬고 있던
오른손이 주제를 5도 위에서 쫓아 대위법적으로 발전해 간다. 일생 대위법 서법으로 고심하던 슈베르트가 자기 자신을 시험하는 듯이 엄격한 형태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길게는 계속되지 않으며 비르투오소적인 유혹에 빠져 점차로 제1악장에서 보인 것과 같은 서법으로 흘러간다. 피아노의
다이내미즘을 충분히 이용한 화려한 움직임 가운데 닥틸을 계속 발전시켜 fff의 클라이맥스를 만들어 전곡을 끝맺는다. 글 : 블로그
페르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