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타니슬라프 부닌 / 쇼팽 콩쿠르
|
 |
◇ 스타니슬라프 부닌 |
수요일은 레슨땜에 공연시간에 맞춰 가려면 초를 다투면서 달려가야 한다.
다행히 택시까지 콜해서 출발하진 않았지만, 노래하는 분수를 앞으로 아름다운 우면산 자락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그 진한
커피향을 즐길 여력은 없었다.
웬만한 공연은 늘 일숙언니도 함께 하기때문에 유일하게 언니와 만나 잠깐 수다를 떨수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언니도 늦어서 같이 커피 마시는 즐거움은 놓쳐버렸지만, 그래도 그냥 올라갈순 없어서 좌판기 커피를 한잔 빼서
마셨다.
부닌..
하루종일 부닌의 쇼팽 전집곡을 틀어놓고 듣다가 왔는데....
영롱하리 만큼 아름다운 선율이 아직도 머릿속을 가득메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귀에 익숙한 그의 쇼팽곡을 들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모짜르트곡으로
그를 무대에서 볼수있다는 그 흥분이 미세하나마 가슴에 떨림을 주었다.
객석에 불이 꺼지고, 무대에 불이 환히 들어왔다.
바이에른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나씩 입장을 하고,
수석 바이올리니스트가 마지막으로 입장하여 인사 한다.
그리곤 이어서 지휘자.
너무나도 귀에 익숙한 모짤트의 디베르티멘토 2번이 연주되었다.
순간 낯설었다고 하면 억지일까...너무나 아름다운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음반으로 너무나 익숙해서 일까...정말이지 음의 선율이 그렇게도 아름답게 흘렀다.
이토록 아름다운 소리를 들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곡을 모짤트가 16세에 작곡을 했다니....
천재들의 향연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일은 언제나 신기함을 떠나 즐거움을 주는거 같기도 하다.
이제 무대엔 다시 어둠이 드리워지고
몇몇의 단원들은 무대에서 내려가고, 피아노가 가운데로 옮겨졌다.
다시 불은 켜지고...
그리고 환호 소리와 함께 부닌...그가 등장했다.
허어걱~~
나는 모델과도 같은 그의 늘씬한 몸매와 흐트러짐 하나 없이 뒤로 쓸어넘긴 그의 머릿결과
시선으로도 어디하나 거칠것 없이 자르르 흐르는 그의 검은 연주복과 자태에 그만 압도당했다.
아~~아무리 연주를 들으러 왔지만 저럴수가....여자가 아니고서 남자 연주자의 자태에 이렇게 황홀해보긴 첨이었다.
그 자르르 흐르는 폴라형식의 검은 양복......
기인 목 사이로 보이는 나비 넥타이..
정갈함.....
잊을 수가 없을거 같았다.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되었다고 했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심플하고 젊어보였다.
여늬 연주자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팜플릿의 모습보다도 훨씬...
드디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의 모습에서 흐르는 정갈함 만큼이나 그의 연주의 느낌도 그랬다.
길고 가느다란 그의 새하얀 손가락의 움직임...
건반에서 떨어질때의 그의 손동작은
한마리의 나비도 그처럼 날개짓을 할수 없을것만 같이 재빠르고 가벼웠다.
나는 그 모습에서 한순간도 시선을 놓칠 수 없었다.
참으로 신기하단 느낌이 들정도였다.
그토록 나비가 앉았다 날랐다 하듯 섬세하다가도 열정을 쏟아 부울때는 얼마나 격한지
그의 발굴음 소리가 피아노 선율과 함께 섞여서 마치 천둥치듯 울려대기도 했다.
집에 와서 다시 실황음반인 그의 음반을 듣노라니, 느껴지지 않던 그의 발굴음 소리가
쿵쿵 피아노 선율과 함께 울려 퍼졌다.
그의 정갈한 표정과 몸가짐...
가늘고 긴 아름다운 손가락의 움직임..
그 모든 그의 모습이 눈에 선연해서 전율이 일기도 했지만
^^*
'역시 아는만큼 들리는 구나' 싶어서 웃음도 나왔다.
그의 연주는 끝이 났다.
인사하는 모습조차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정갈해 보였다.
얼굴을 좀...위를 한번쯤 쳐다봐도 좋으련만....
환호와 열광속에 몇번의 커튼콜에 이어 드디어 그의 앵콜곡을 들을 수 있었다.
모두들 그의 연주를 더 들을 수 있을까 ....환호했지만...피아노 곁으로 간 그...
순간 모두들 아찔했겠지만, 그는 피아노 뚜껑을 닫으며 싱긋 웃었다.
아~~아쉬움의 소리와 그의 재치에서 비롯된 웃음으로 공연장은 한바탕 시끌법적했다.
오옷~~
그 모습조차도 그에게서 풍겨나오는 느낌만큼이나 심플하다고 느껴졌다.
그는 더이상 커튼콜에 부응하지 않았고, 더이상 그를 볼수 없었지만
인터미션내내 그의 연주모습이 어른거려서 일숙언니와 그의 모습을 흉내내 보았다.
도저히 허공에서 하는데도 나비의 날개짓은 흉내내 지지 않았다.
으으...나는 몸서리를 쳤다.
언니와 나는 크게 웃고 또 웃었다.
2부가 시작되었다.
코지 판 투테 서곡.
모짜르트 후기 작품으로 관현악파트가 상당히 충실히 나타나고,
마지막 오페라 부파라는 의의를 같지만, 부파로 보기에는 무겁고 아름다운 아리아들도 등장해
(마술피리)로 가는 단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너무나 익숙한 곡으로 경쾌하고 즐거움을 가득 안겨주는..
이어지는 교향곡 41번 쥬피터도 마찬가지 였다.
모짜르트가 주는 경쾌하고 밝은...아름다움과 훌륭한 연주가 합세해서 너무나 가슴뿌듯함을 갖고
올수있던 연주회였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조차 한강야경에 그의 선율이 실려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졌던...
피곤함을 전혀 느낄 수 없던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