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4년)

2014교향악축제/인천시립-con.금난새/신아라 협연/4.11금/예술의전당

나베가 2014. 4. 11. 00:30

 

 

 

 

공연후기....

 

교향악 축제도 벌써 중반에 접어들었다.

18일동안 축제 한마당을 마냥 펼치고 놀고 싶어도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은거 같다.

11번째 공연인데...나는 오늘이 3번째 찾아가는 날이다.

 

오늘 공연은 내가 너무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금난새' 지휘자의 공연이라 무조건적으로 예매를 했다.

그런데 더불어 프로그램도 이보다 더 환상적일 수가 없다.

아주 관객을 녹이려고 작정을 하신 듯.....ㅎㅎ

 

지난 공연과는 달리 객석이 빈자리가 거의 없어 보인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첫곡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온 몸이 감동의 복받침으로 녹아 들어간다.

영화 '플래툰'의 장면도 지나치고...

무엇보다 이번에 내가 다녀온 엄청난 여정....'히말라야 쿰부,로왈링 롱 트래킹' 의 감동 스토리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그 프롤로그 배경음악으로 이 음악을 썼기에...갑자기 그때의 감동이 솟아나서...

 

서막을 감동으로 터트렸으니 이제 본막을 제대로 들을 차례다.

너무나 좋아하는...아니, 너무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다.

격정적이면서도 한없이 아름다운 선율들이 얼마나 심금을 울리는 지...하루 종일 이 곡에 빠져든 적도 있다.

 

문득 아주 까마득한 학창 시절....한참 클래식에 빠져들을 때가 생각난다.

클래식 입문자인 나를 제일 먼저 사로잡은 곡들이 바로 바이올린 협주곡들 이었다.

그때는 모든게 딱 정답이 떨어지는 식의 교육 위주여서....LP판 뒷면에는 친절하게도 상세한 설명들이 있었는데...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서 베토벤, 브람스, 차이콥스키의 순서로 꼽았었다.

그리고 그 다음이 멘델스존, 모짜르트....

그러면 난 또 그대로 생각하며 들었다는...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우습다는 생각이다.

예술 작품을 그렇게 단호하게 순번까지 정해서 평을 했다는게.....ㅎㅎ

그리고 또 그렇게 공부하여 외우듯 인지를 했다는게...

 

오늘의 협연자 '신아라'의 연주는 처음 들어본다.

서울 시향의 부악장으로 그의 연주 모습은 자주 보았지만, 협연자로서 나서서 연주하는 모습은....

살구빛 드레스가 유난히 아름다웠던 그녀가 무대에 섰다.

역시 그녀의 빛나는 경력답게 흔들림 없이 매혹적인 연주를 해 주었다.

망원경을 들고 그녀의 연주 모습에 집중하다가 이내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언제부턴가 연주자의 모습보다는 소리에 집중하기로.....그게 훨씬 더 감동으로 몰고가는 듯도 해서....

온 마음이 그녀가 연주하는 선율에 실려 세상을 배회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악간없이 연주되는 2악장이 연주될때는 그 극치감을 느끼게 한다.

그 정점에까지 오르면 이제 3악장에서 미친듯이 격정적 연주를 또 들려준다.

이것이 어쩌면 브루흐 작품에 빠져드는 마력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앵콜곡으로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잔잔하게 연주했는데...

으음 뭐랄까...조금은 아쉬웠다는...

보통 젊은 연주자들이 선택하는 앵콜-격정적이고 기교가 찬란한 곡을 한 곡쯤 듣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ㅎ

 

인터미션에 오랫만에 명주씨랑 잠깐 수다를 떨었다.

핸폰을 잠깐 켜서 보니, 오늘도 또 남편이 마중을 나온다는 것이다. ㅋㅋ~

절대 '예술의 전당'에 간다는 말 문자로 남기지 말고...집에 없어도 절대 안찾을 테니까...

간다고 문자하지 말고..집에 올때 문자 하라고...ㅋㅋ

 

때로는 딸까지 함께 나서서 우리집만의 독특한 야간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간다는...

식구가 모두 함께 음악을 듣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강변을 달리는 드라이브에 맛들렸다고나 할까....

꼭 내가 힘들까봐 마중을 나오는 것이 아니라...우리식구만의 이색 데이트...ㅋㅋ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은 채 2부를 기다렸다.

금난새씨가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멘트를 날리며 마이크를 잡았다.

1부 시작 전에 마이크를 잡지 않은 건 마이크가 없어서였다고....ㅎㅎ

늘상 그의 연주회에 가면 이 재치넘치고 관객을 행복하게 하는 마법사의 말을 들어야 그의 연주를 제대로 들은 기분이 든다고 할까....ㅎㅎ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이렇게 재치넘치고 재미있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을 해줄 수가 있을까....싶다.

간간히 연주도 들려주면서...

 

1악장의 끝이 첼레스타의 기막힌 단순함과 고요함으로 끝난다는것...

고통과 번민으로 부터 완전히 해방된 듯한 ....그것을 극복한 다음의 가벼움...다 잊고싶음....

그리고 2악장에서 나오는 바이올린 독주 부분 연주를 들려주고는...

쇼스타 코비치가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와 스탈린의 강압에서 해야만 하는 번민을 생각해 보라고...

이리 갈까...저리 갈까....번민하는 모습....ㅎㅎ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악장이라면서 3악장의 도입부분과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짧은 악상을 두번이나 들려 주었다.

무엇이 느껴지냐고....

이 곡에서만 독특한 3rd 바이올린 도입부분이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올라가는 쇼스타코비치의 고통스런 심경을 그린것이라면

중간 부분의 기막힌 연주 부분이 있는데, 그건 예수의 머리에 비치는 후광같은 느낌이라고...

그 느낌을 꼭 받아야 한다고...

쇼스타코비치의 진실과 진심이 제대로 나타난 곳이 바로 3악장이라고...

아닌게 아니라 그 짧은 선율을 연주하는데 순간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는....

 

이제 마지막 4악장에선 힘찬 팡파레가 울려퍼지듯 환호한다.

이건 쇼스타코비치의 진심이라기 보다는 승리를 추구하는 스탈린을 위한 악장이라는 것...

 

21세기를 빛내는 작곡가중 프로코피예프는 모짜르트와 닮았고, 쇼스타코비치는 베토벤을 닮았다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고뇌와 고통...진실이 담겨 있다는것에서....

 

연주가 시작되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이 곡처럼 드라마틱한 곡이 있을까...문득 생각했다.

도입부가 한바탕 연주되고 1주제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면 그 매혹적인 선율에 그냥 녹아든다.

아름답다기 보다는 한없이 심금을 울리며 끝도 없는 나락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해서....

내가 처음 이 곡에 매료되었을때...이 선율때문에 밤 꼴딱 샜다는거 아니야~

 

어디 그뿐인가...

독주로 연주되는 짧은 악상들....그리고 금난새 지휘자가 말했듯이 1부 마지막 소절에선 내 몸이 다 사라져 없어지는 듯한 전율 마저 느끼게 한다. 

이 곡에 빠져들면 정말 잠을 잘 수가 없다.

2악장의 바이올린 독주 부분...이어지는 플룻의 연주도 그렇고...

피치카토로 달리는 현의 연주도 그렇고 ....

 

보통은 2악장에서 느린 연주가 되는데, 이곡에선 3악장이 라르고다.

격정적으로 치달을 때 보다 왜 그렇게도 이 느린 악장에 복받쳐 오르는 지....오늘 금난새 지휘자의 말을 들으니 이해가 가기도 한다.

바로 작곡가 내면의 진솔함...고통과 고뇌...등을 표현한 악장이라서...

 

아!! 그랬던 것이었다.

작곡가의 아픔이...진솔함이...그 자신이 그대로 녹아 들어갔던 거....

그래서 그토록 가슴을 에이고, 아프고,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감동속에 빠졌던 거야.

 

특히 하프의 아주 단순한 연주는 또 여기서도 1악장의 끝 첼레스타의 연주만큼이나 녹아 들어간다.

현은 낼 수 있는 한 최저치의 소리만을 내고....목관...그리고  한 음 한 음..마치 사라지듯 내는 마림바 소리도...

역시 3악장에서도 마지막 부분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모든게 소멸되듯이...아니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한 음 한 음 울려 퍼지는 하프의 선율과 피아노....

그리고 완전히 사라져가는 현.....

어쩌면 포효하는 4악장 피날레 보다도 더...

금난새 지휘자의 말을 들어서 일까..., 더욱 더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것이....

 

드디어 4악장이다.

금관의 팡파레가 힘차게 울려퍼지고 팀파니는 표효하듯 세차게 쳐댄다.

이 장면에서 스탈린이 얼마나 맘에 들어했을까...아주 흡족해 했을 당시의 상황이 문득 상상이 되었다.

어쨋든 기막힌 울림이 아닐 수 없다.

 

오케의 총주...그중에서도  큰북과 팀파니의 엄청난 울림으로 피날레는 장식되었다.

이 장면에서 관객이 흥분하지 않을 자는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스탈린도 엄청나게 기뻐했을 테고....팀파니가 정말 또 4악장에선 압권!!

 

금관의 연주가 무척 아쉬움을 주었지만...

워낙에 곡 자체가 기막힌 곡이라서...감동받지 않을 수가 없다.

금난새씨가 말했던 것처럼 위해한 작곡가가 있어 연주자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위대한 작곡가를 발굴해 내야 한다고....

고통과 번민을 이겨낸 쇼스타코비치...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고...한동안 박수에도 무대뒤에서 나오지 않았던 이유를 그렇게 댔다.

 

그래~ 맞아~

훌륭한 연주자보다는 위대한 작곡가가 먼저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이 워낙에 좋아서 연주단체가 부족해도 감동을 아니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연주자들에게 연주후 박수를 보내는 부분에서

뜻밖에도 제일 먼저 혼 수석을 일으켜 세웠다.

순간 생각했다.

정말 혼 연주가 어려운 가보다....라고.

내겐 그렇게도 혼을 비롯한 금관 연주가 아쉬웠었는데...

 

앵콜곡으로는 준비해온 악보가 또 없어졌다며, 2악장을 다시 연주해 주었다.

그것이 차라리 더 낳았을 지도 모른다.

갑자기 다른 곡이 연주되어 쇼스타코비치 곡의 감동과 감정이 깨질까봐.....  

 

오늘도....

지휘자 금난새씨는 연주자들이 다 퇴장할때까지 무대 한 복판에 서서 박수를 쳤다.

그 모습을 처음 보는 관객인 지, 연신 '지휘자 넘 멋있다' 고 난리다.

급한 사람들은 할 수 없겠지만, 이 장면을 보고 어찌 관객들이 나갈 수가 있냐는 거지~ㅎㅎ

나도 남편이 밖에서 기다릴거 뻔히 알지만는 지휘자가 무대를 떠나지도 않았는데 나올수는 없었다.

마지막 연주자가 나가고...그제서야 지휘자는 관객에게 다시 인사를 했다.

박수갈채가 우뢰와 같이 쏟아졌다.

 

아!!

작년에도 똑같이 느꼈었는데...

정말 감동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연주자들을 사랑을 넘어 섬기는 듯한 모습이...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가르침과 꼭 닮았다.

어쩌면 연주보다도 이런 광경을 더 보고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지휘자도 연주자도 관객도...모두가 행복에 푸욱 빠져든 모습...

 

금난새씨는 클래식을 대중화하는데 주춧돌 역할을 하신 분이며....

또 한가지 붙인다면 행복 전도사라고 부르고 싶다.

아~~

정말 음악처럼...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이다.

 

토욜 '성시연' 지휘자의 공연도 보고싶지만...부부 모임이 있는 날이라...ㅠㅠ

다음 예매 공연은 코리안 심포니다.

협연보다는 생상의 교향곡 3번 '오르간 '애 거는 기대가 크다.

음악당에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연장을 빠져 나오니, 오늘도 딸아이까지 동승이다. ㅋㅋ

퇴근해서 또 다시 예술의전당까지 오는 수고로움을 절대 막고 싶지만...

이 멋지고 환상적인 야밤 데이트...한강 변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막고 싶지않아서리....ㅎㅎ

 

남편말따나 '복이 터진 여인'이 맞다.

 

Violin Concerto No.1 in G minor, Op.26
브루흐 /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Max Bruch [1838∼1920]

 

 


막스 부르흐는 1920년 82세의 고령으로 세상을 떠난 독일의 작곡가이다. 현재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콜니드라이, 스코틀랜드 환상곡 정도밖에는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19세기 후반에는 독일에서 가장 인기있던 오라토리오 작곡가였으며 그의 창작의 주요 영역은 합창음악이었다. 그는 존더서하우젠 궁정악단 지휘자 영국의 리버플 교향악단 지휘자도 역임했는데 그의 합창 작품은 그의 생전에는 수없이 많이 연주되어 브르흐의 명성은 온 유럽에 두루 알려졌었다. 1번의 작곡연대는 1866년 브루흐의 나이 28세 때였다. 형식적으로는 전통적인 3악장으로 되었으나 실제로는 매우 자유롭게 작곡되었으며, 특히 제 1악장을 전주곡이라고 제명을 붙인 것이 색다르다.

제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g단조 4/4 소나타형식
오케스트라의 조용한 서주부의 연주가 있은 후 독주 바이올린의 자유롭고 정열적인 서창풍의 멜로디로 시작한다. 바이올린의 호화롭고 힘찬 제1주제가 지난 후 제2주제가 전개된다. 이것이 여러 갈래로 발전하다가 재현부를 거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그대로 제2악장으로 넘어가 연주되는 그야말로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선율이 전개되는 악장이다.

제2악장 아다지오 Eb 장조 3/8 가요형식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달콤한 멜로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테마가 나타나는데 참으로 마음을 매혹시킬 만한 선율이면서도 장중한 맛이 있다.

제3악장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G장조 2/2 소나타형식
관현악의 화음에 따라 제1테마의 편모가 제1바이올린과 목관악기에 의해 나타난다. 여기서 독주 바이올린은 정열적이고 힘찬 제1주제를 집시풍의 선율과 리듬으로 암시해준다. 이것들이 미묘하게 전개되다가 마침내 현란한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끝난다.

 

작품 배경 및 개요

브루흐는 총 3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남기고 있는데, 그 중 이 제1번은 그의 대표적인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아우어가 이 곡이 많은 사람들에게 애호되고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우선선율이 창의적인 것.

그리고 기교적으로 쉽지는 않으나 결코 무리가 없는점이라고 지적했듯이, 비르투오소가 좋아할 만한 연주 효과를 다분히지니고 있어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이후 가장 많이 애주되는곡이기도 하다.

구성은 3악장으로 되어있지만,
제1악장이 전주곡이라불릴만큼 일반적인 협주곡의 형식에 비해 자유로운 형식이며, 선율이감상적이고 달콤하여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브루흐가 19세 때 작곡에착수한 지 9년 만인 1866년에 완성되어 그해 4월 24일, 코프렌츠의연주회에서 부르흐 자신의 지휘와 바이올리니스트 쾨니히 슬로우에 의해초연되었으며, 요아킴에게 헌정 되었다.

브루흐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니었지만 그의 달콤한 멜로디는 자유스런 형식과 구성 등으로 인해 누구나 친근감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이후 가장 많이 연주되는 유명한 곡이 되었다.

 

 

 

 

 

 

 

Kyung Wha Chung plays Bruch violin concerto No.1 (1974)

 

 

 

 

Janine Jansen: Violin Concerto no.1 in G minor 1-3 (Max Bruch) - 15.06.13

 

 

MAX BRUCH - Violin Concerto No, 1 in G Minor. Op. 26. - SHLOMO MINTZ/Claudio Abbado/Chicago Symphony

 

 

Perlman plays Bruch - Violin Concerto No. 1, Op. 26 - First Movement

 

 

Jascha Heifetz -- Max Bruch -- Violinkonzert Nr. 1

 

 

Shostakovich, Symphony No.5 in D minor, Op.47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Philippe Jordan, conductor

Gustav Mahler Jugendorchester

Royal Albert Hall, London

Proms 2013 Classical Music Festival

Host: Katie Derham

 

Philippe Jordan/GMJO - Shostakovich, Symphony No.5 in D minor, Op.47

 

이 교향곡은 열다섯 곡에 달하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도 높으며, 종종 그의 최고 걸작으로까지 칭송되는 작품이다. 이 곡은 의미심장한 구도와 진지하고 치열한 흐름으로 인해 곧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비견되곤 한다. 무엇보다 이 곡은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가혹한 운명에 대한 저항, 투쟁을 통한 극복, 그리고 승리의 쟁취라는 베토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쇼스타코비치 자신도 작품의 발표에 즈음하여 작곡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이 교향곡의 주제는 인간성(인격)의 확립이다. 이 작품은 시종 서정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며, 나는 그 중심에 서서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체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피날레에서는 이제까지 등장한 모든 악장의 비극적 긴박함을 해결하고 밝은 인생관과 삶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런데 1979년, <증언>(쇼스타코비치가 만년에 구술한 내용을 망명한 소련의 음악학자 솔로몬 볼코프가 정리한 회고록)이라는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면서, 종래의 인식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 책에 따르면, 이 교향곡 속에 표현된 즐거움은 무소륵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에서처럼 ‘강요된 즐거움’이며 ‘위협 속에서 만들어진 환희’라는 것이다. 또 당시 작가조합의 의장이라는 괴로운 직무를 수행해야 했던 파데예프는 자신의 비밀일기에 이 곡의 피날레에 대하여 “어찌할 길 없는 비극”이라고 썼다는 것이다.

물론 <증언>에 담긴 내용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자녀들을 비롯한 작곡가의 측근들이 대체로 수긍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책이 제기한 관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성질의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우선은 이 교향곡이 작곡되던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정당한 비판’에 대한 창조적 답변

이 교향곡을 작곡할 즈음 쇼스타코비치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미 1925년, 불과 19세의 나이에 음악원 졸업 작품으로 발표한 교향곡 1번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소련 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천재 작곡가로 급부상했다. 그 후 그는 교향곡을 두 편 더 발표했고 여세를 몰아 발레음악, 영화음악, 극음악 분야에도 진출하면서 승승장구했고, 그 결과 1930년대에 들어서자 ‘소련의 국보급 인물’로 추앙되기에 이른다. 교향곡 1번을 발표한 1925년 19살의 쇼스타코비치.

그러나 1932년,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 정부가 국내의 체제 정비 강화책의 일환으로 예술계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교의 지침을 내리면서 이 전도 유망한 작곡가는 위기에 직면한다. 그가 1934년에 의욕적으로 발표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뒤늦게 스탈린의 불만을 사면서, 1936년에 당 기관지인 프라우다로부터 “음악이 아니라 황당무계”라는 혹평을 받았고, 후속작인 발레음악 <맑은 시냇물>도 무시무시한 비난을 들었다.

당시 소련 사회 전반을 공포로 짓눌렀던 숙청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작품들에 ‘부르주아적’, ‘형식주의적’, ‘좌익 편향적’이라는 낙인이 찍히자 그는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전위적인 신작 교향곡 4번의 초연을 몇 차례의 리허설까지 마친 상태에서 돌연 무기한 연기하게 된다. 이제 그는 위기를 타개하고 작곡가로서의 입지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창조적 답변’이라는 명목으로 내놓은 새 작품이 바로 교향곡 5번이었던 것이다.

쇼스타코비치가 태어난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 궁전 야경.

1악장: 모데라토

d단조, 4/4박자. 상당히 복잡한 구성의 첫 악장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조표는 없으나 주조성은 d단조로 파악된다. 곡이 시작되면 저현부와 고현부가 옥타브 간격으로 서로를 모방하는 카논으로 출발하며, 거친 도약이 이어지는 이 진행에서 제1의 주요 악상이 만들어진다. 곧이어 제1바이올린이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드럽게 흐르는 듯한 선율을 꺼내 놓는데, 이것이 제2의 주요 악상이다. 이후 이 두 악상이 결합되고 발전하면서 점차 일정한 리듬이 부각되는데, 이 리듬은 이후 작품 전편을 관통하게 된다. 이 리듬이 반복되는 가운데 제1바이올린이 조용히 도약하며 불규칙한 라인을 그리는 부악상을 꺼내 놓고, 이후 플루트에서 인상적인 선율이 나오고 클라리넷이 그것을 이어받으면 제시부에 해당하는 부분이 마무리된다.

발전부는 이제까지 제시된 악상들의 자유로운 변형과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비올라가 앞서 나온 부악상을 연주하다가, 그 마지막 부분이 저현부로 옮겨지면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에 피아노가 더해져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면, 4대의 호른이 유니슨으로 제2의 악상을 확대하여 엄숙하게 연주한다. 이제 트럼펫에 이어 목관이 가세하면 템포가 빨라져 알레그로 논 트로포 부분으로 들어가고, 음악의 흐름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긴박해지면서 고조되어 격렬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클라이맥스는 팀파니와 스네어드럼(작은북)의 연타 위에서 금관의 팡파르가 부각되어 마치 취주악으로 연주하는 행진곡의 양상을 띤다. 그리고 그 말미에서 실로폰이 가세하여 열띤 분위기 속에서 그대로 재현부로 진입한다.

재현부에서는 먼저 제1의 악상이 긴박하게 등장하여 악기군을 옮겨 다니며 숨 가쁜 카논을 이루다가 템포가 조금 떨어지면, 저음부를 제외한 옥타브 유니슨으로 격앙된 흐름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마침내 강렬하고 준엄한 파국이 찾아온다. 이후 제시부의 템포로 돌아가서 부악상이 D장조로 재현되고, 플루트와 호른의 카논, 오보에 독주를 거쳐 코다(종결부)로 넘어간다. 차분하고 자유로운 흐름을 보이는 코다에서는 반음계적으로 상승하는 첼레스타의 울림이 인상적이다.

2악장: 알레그레토

a단조, 3/4박자. 전통적인 구성의 스케르초 악장. 저현부에서 빠르고 거칠게 부각되는 주제로 출발하며, 기저의 리듬은 거친 왈츠 또는 렌틀러 풍이다. 이 악장은 전체적으로 첫 악장에서 제시된 주요 악상에 대한 변주의 성격을 띠며, 스케르초답게 익살맞고 풍자적이며 요란하고 신랄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 악장에서는 온갖 다채로운 악기 사용법이 두드러지는데, 중간의 트리오에서는 마치 위태로운 곡예를 하는 듯한 바이올린 솔로와 조심스레 눈치를 보는 듯한 플루트 솔로가 등장하고, 이후 제1바이올린의 몽환적인 움직임은 다소 유령 같은 느낌마저 자아낸다. 또 후반부에서 실로폰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3악장: 라르고

f♯단조, 4/4박자. 아주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정서적인 악장으로, 호른을 포함한 모든 금관악기가 제외되어 있고, 현악부는 바이올린이 세 그룹, 비올라와 첼로는 각각 두 그룹, 그리고 한 그룹의 콘트라베이스로 세분화되어 있다. 따라서 극히 섬세하고 미묘한 음률을 엮어 보이는데, 각 성부는 명료하게 다루어져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음색을 빚어낸다. 그리고 긴 호흡의 선율들이 면면히 이어지는데, 그중 하나는 첫 악장의 주요 악상에 기초하고 있다. 러시아의 민요를 연상시키는 이 선율들에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편린들이 새겨져 있으며 그중에는 엘레지(비가) 풍의 선율도 나오는데, 그 흐름이 점진적으로 고조되어 도달하게 되는 클라이맥스는 폐부를 찌르는 통절함을 자아낸다.

4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d단조, 4/4박자. 행진곡 풍의 피날레 악장으로 축약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취주악기들이 일제히 트릴로 불어대는 D음에 이어 팀파니의 강타 위에서 트럼펫과 트롬본이 용감한 행진곡 풍의 팡파르 주제를 연주하면서 출발한다. 이후 긴박하고 투쟁적인 흐름 위에서 팡파르 주제가 다양하게 변형되며 등장하다가, 어느 순간 템포가 떨어지면 팡파르 선율의 변형에 이어 바이올린에서 유려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선율이 새롭게 나타나 앞서의 느린악장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팡파르 주제가 등장하면, 스케르초 악장의 주제를 연상시키는 선율이 나타나 함께 어우러진다. 이제 음악은 열기와 박력을 가중시키면서 고조되어 마침내 장쾌하고 통렬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고, 마지막에는 팀파니의 당당한 타격 위에서 현악부의 반주 위에서 금관악기들이 힘차고도 의미심장한 팡파르를 연주하다가 베이스드럼(큰북)의 강력한 타격과 격렬한 투티로 마무리된다.

Bernstein/New York Philharmonic - Shostakovich, Symphony No.5 in D minor, Op.47

Leonard Bernstein, conductor

New York Philharmonic

Bunka Kaikan, Tokyo

1979.07.03

은폐된 혹은 굴절된 진실

이 새로운 교향곡은 1937년 11월 21일, 소비에트 혁명 20주년 기념일에 예브게니 므라빈스키가 지휘하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어떻게 보면 다분히 신고전주의적 어법으로 후퇴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청중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쇼스타코비치는 당의 신뢰를 회복했다. 1930년대 쇼스타코비치 모습.

당시 한 비평가는 이 작품에 대해서, 1악장은 “자문… 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며, 2악장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야유의 미소”, 3악장은 “눈물의 고뇌”에 넘쳐 있으며, 4악장은 작곡가의 말을 빌려 “이제까지의 악장들에 부쳐진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비평가는 이 곡이 “쇼스타코비치의 리얼리스트 예술가로서의 최초의 등장이며, 좁은 공간에서가 아니라 비로소 광범위한 청중에게 간명하고 표현적인 어조를 가지고 호소한 작품”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그러한 해석과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우리는 당시 스탈린 독재 하의 소련에서 예술가들이 느꼈을 위협과 고뇌가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할 수 없다. 소련의 붕괴 이후 공개된 갖가지 사료들을 통해서, 또 여러 증언들을 통해 당시의 억압적인 상황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 볼 수는 있다.

필자는 이 교향곡의 2악장을 들으면서 앞서 언급한 <증언>에 나와 있는 다음과 같은 언급이 참으로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건 마치 어떤 사람이 당신을 몽둥이로 때리며 ‘네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 네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나 행진하며 ‘우리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 우리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라고 중얼거린다.” 이렇게 보면 종종 이 교향곡에 따라붙곤 하는 ‘혁명’이라는 별명은 얼마나 아이러니한 것인가?

같은 책에서 쇼스타코비치는, 기분이 한껏 좋은 상태로 초연에 왔던 사람들조차 이 곡을 듣고 ‘울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과연 그들은 왜 울었던 것일까? 이 교향곡의 피날레는 과연 ‘마침내 쟁취한 승리’를 의미할까? 물론 과도한 해석이나 억측은 경계해야겠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흘리는 눈물의 진정한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때 그들이 흘렸던 눈물이 환희의 눈물이었는지 비애의 눈물이었는지 지금 우리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교향곡에서부터 쇼스타코비치의 곡예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외적 현실에 대한 타협과 내적 진실을 통한 저항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마치 그가 존경했던 말러가 그랬던 것처럼, 쇼스타코비치 역시 다섯 번째 교향곡을 통해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미처 의도하지 않았던 ‘굴절된 이중성’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추천음반

1. 예브게니 므라빈스키(지휘)/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Erato

2. 레너드 번스타인(지휘)/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Sony

3.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지휘)/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 Decca

4. 바실리 페트렌코(지휘)/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Naxos

5. 마이클 틸슨 토머스(지휘)/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SFS Media, DVD 영상물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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