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일주 44일 배낭( 2012.3~2012.4

94.파타고니아/엘 깔라파테-칠레 나탈레스로의 이동....

나베가 2012. 11. 3. 14:04

 

가슴 벅찬 '페리토 모레노'투어를 마치고 숙소도 돌아왔다. 숙소 주변이 온통 호수인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숙소는 또 얼마나 예쁘게 가꾸어 놓았는 지, 이민 온 한국인들의 부지런함이 숙소 곳곳에서 느껴진다. 피부에 와 닿는 한기가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운데 신기하게도 숙소 주변엔 아직 온통 꽃이다.

배낭 여행자가 묵기엔 비싼 팬션이었지만, 그래도 40일이 넘는 기인 여행에 하루 이틀쯤은 이런 호사스런 숙소에 묵어감도 내 몸을 추스리는데 있어 보약이다.

 

어제 시장을 봐다 놓았기때문에 우린 부지런히 씻고 저녁을 준비했다.

빨래를 해서 주인장에게 탈수를 부탁했더니 기꺼이 허락해 주신다.

빨래도 뽀송 뽀송 탈수해서 널고....

아침에 만들어 먹고 남은 토마토 파스타와 과일을 저녁으로 먹었다.

아~ 그리고 내일 아침과 기인 이동에 버스에서 먹을 간식거리 준비에 들어갔다.

메뉴는 역시 파스타....

요리담당인 내게 이풀이 한마디 한다.

 

"아~~ 내일 아침도 또 파스타야??"

 

"오늘은 토마토 파스타....

 내일은 크림파스타인 까르보나라...ㅋㅋ"

 

채썬 양파와 데쳐 낸 브로컬리,  슬라이스 햄을 채썰어 버터에 볶아 냄비에 담고, 거기에 약간의 향신료와 우유, 치즈를 듬뿍 넣어 끓이니, 밀가루를 버터에 볶고 파마산 치즈와 생크림등을 넣어 복잡하게 만든 까르보나라 못지않은 담백함과 구수함이 일품이다.

냄새만으로도 사람 여럿 죽일 만큼...ㅋㅋ

아닌게 아니라 이 맛있는 냄새에 모두들 달려들어 낼 아침거리로 만든 까르보나라를 먹어재꼈다는...ㅎㅎ

 

아~~ 정말 낙농국가에 온 느낌이 확 확 드는 순간이었지~

수많은 종류의 햄과 우유, 치즈가 눈이 호사스러울 만큼 시선을 끌었고, 또 가격면에서도 환상이니 그야말로 요리에 조금 관심이 있던 사람은 그 시장보기만으로도 신바람이 난다.

 

 한국에서라면 고가품이라 주저했을 햄과 치즈를 맘껏 골라 사는 재미가 여행중 음식만들기에 피곤함과 귀찮음 대신 신명남 마저 준다. 특별히 요리할 것도 없이 그냥 그거 넣고 끓이기만 하면...

그 맛이 환상이었다는 것...

역시 맛있는 요리는 훌륭한 재료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진리....

 

마침 우리 방에 놀러왔던 젊은 언니가 이 음식을 먹고 소문을 내서 일약 난 음식을 잘 하는 언니로 소문이 쫘악~~ ㅋㅋ

 

오늘은 또 칠레로의 이동이다.

안데스 산맥을 기점으로 한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 근처에서 왔다갔다 함으로 그렇게 먼 장거리 이동은 아니다.

그러나 국경을 넘을때 마다 여권검사및 엑스레이를 통과하는 짐검사와 음식물을 깨끗이 처리해야 하니, 국경 근처만 가면 남은 음식 먹어 재끼느라 버스안이 잠시 수선 스럽다는...ㅋㅋ

 

차라리 이 기인 버스 이동은 피곤함을 준다기 보다는 내겐 매혹적인 휴식시간이다.

국제버스라서 아주 넓직하고 편안한 의자와

약간의 간식, 모포,베게까지 주고...

무엇보다도 차창으로 펼쳐지는 안데스의 장관을 보며 갈 수 있다는 것...

 

세상에 이보다 더 판타스틱한 드라이브가 있을까....

 

 

 

좁은 땅덩이에 사는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기인 이동이지만, 그와 맞물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이동 중 계절변화까지 느낄 수 있으니, 그 판타스틱하고 매혹적인 풍광에 카메라를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 지경이지.

어디 그 뿐인가~

 이어폰을 통해 내 온몸에 전달되는 감성은 최고조에 달해.

시야엔 평생 처음 보는 풍광이 영화속 장면 처럼 끊임없이 펼쳐지고

그 위를 난 음악에 실려 타임머신을 타고 이리 저리 비상을 하는 거지~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만 찾아서 다니는 거야~

아!! 그 행복감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

세상에 용서되지 않는 것은 그 순간....

하나도 없지~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는 거야~

정말 황홀하지!!

그 어떤 비경을 찾아 떠난것 못지않은....

 

 

 

 

 

 

끝없이 드넓은 광야가 펼쳐졌다.

벌써 가을의 끝....

들판은 눈이 부실 만큼 노오랗게 물들었고.

머얼리....설산인 지, 벌써 눈이 내린건 지, 하얀 산을 배경으로  붉게 물들인 나무들까지....

정말 너무나 판타스틱한 광경이었다.

맘껏... 꿈같은 아름다운 시절을 비상하고 다닐 만큼...

(달리는 버스에서 카메라에 담기는 사진은 너무 광각이라 그 느낌을 만분의 일도 살려낼 수가 없다는게 가장 안타깝다는...)

 

 

 

 

 

 

 

 

 

어??

가까이 보니, 나무들 사이로 하얗게 보이는게....눈이야~

오오~~눈이 왔어.

아!! 지구의 끝...최 남단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군~

이곳은 벌써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거야~

 

 

참으로 아름다운 풍광이군!!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면 우리나라는 모든게 누렇게 색깔이 죽어있는데, 어떻게 이곳은 노오란 들판의 평원도....

붉게 물든 나무들 조차도 그대로 있지??

그 사이 사이로 마치 하얀 가루를 뿌려 놓은 듯 모든게 그대로 있는데 하얗게 눈이 쌓여 있잖아~

 

 

 

 

 

 

 

 아!

갑자기 진눈개비가 쏟아져 내렸다.

한국이라면 지금 한창 봄을 맞아 들판엔 푸르른 싹을 틔우고, 꽃망울을 터트릴 채비를 하고 있을텐데....

여기선 눈이 오다니~

'여긴 겨울인가 보네~' 느끼는 순간 맞이하는 눈세례....

가슴이 먹먹해지는 작은 감동이 순간 온 몸을 감싸고 돈다.

아!! 너무 환상이다~

너무 좋아~~

 

 

창밖에 펼쳐지는 풍광에 시선을 빼앗긴 채 오느라 미처 간식 조차 먹을 생각을 못하고 국경에 도착했다.

그냥 버리기 아까우니, 까지끝  버스에서 내리면서까지 먹어본다. ㅋㅋ

 

날씨가 매서울 정도로 춥다.

사람이 많아서 작은 국경검문소엔 모두가 다 안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밖에까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니 얼마나 춥던 지....

아!! 이젠 드디어 우리가 가져온 모든 두꺼운 옷을 겹쳐입고, 핫팩까지 써야 할 때가 온것 같아~

우수아이아에 가면 얼마나 추울까....ㅠㅠ

  

 

 

 

 

아~~ 무지개네~

또 무지개가 떴어.

매일 매일 무지개가 우리를 반겨주는군~ㅎㅎ

비도 안왔는데....눈이 와도 그 끝에 무지개가 뜨나??

눈이 오다가 무지개가 뜬건 처음보는 것 같아~~ ㅎㅎ

차암~ 이쁘다!!

하늘이 아닌 노오란 들판 위에 뜬 무지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더없이 평화롭다.

 

여기 저기 농장도 보이고....

이젠 나탈레스가 가까워 온것 같다.

 

 

 

아!!

또 호수네~

산 능선에 하얗게 눈도 쌓이고....

저기가 혹시 내일 우리가 투어할 '토레스 델 파이네' 인가??

 

히말라야를 함께 했던 대장님께서 그렇게도 아름답다고 외치신 '토레스 델 파이네'가 있는 칠레- 나탈레스에 왔구나~

아!!

넌 또 얼마나 매혹적인 모습으로 나를 벅차게 할거니??

내 삶이....

이렇게 매일 매일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벅차오름으로 가득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