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산....

1.명성산을 선택하다...성모산우회11월정기산행/2010.11.14.일

나베가 2010. 11. 17. 19:02

 

인생이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

아주 중요한 삶의 전환점에서의 선택의 기로에 서기도 하지만, 일상에서의 아주 사소한 것들의 선택의 기로에서도 어쩔줄 몰라 번민을 하기는 마찬가지 인것 같다.

어쩌면 이 사소한 것들이 바로 우리의 삶이기때문에 그 선택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둥 바둥 그 끈을 잡고 놓지를 못해서 안깐힘하고 있다가도 선택을 하고 나서 끈을 놓아 버리면 또 아무렇지도 않은....

그것을 알면서도 그 사소한 선택에 힘들어 하는 것은 바로 욕심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여지없이 처음 산행에 참가하는 형제 자매님들의 인사 소개가 있었다. 이분은 예비자 이신데 우리 산행에 함께하게 되었으니 더욱 뜻깊은 산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산행은 가을의 끝....

너무나도 매혹적인 억새산행이라는 것에 이끌리기도 했지만 이번 회기년도 성모산우회 임원진들이 이끄는 마지막 산행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산행이었다.

그렇기때문에 나의 산행 결정은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왜냐면  11월엔 워낙에 대단한 공연들이 줄을 잇는 달이기때문에 애초부터 산행은 포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우기 올해는 목놓아 기다리던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로열 콘체르토 헤보우,와 그 이름도 찬란한 지휘자 마에스트로 '마리스 얀손스'가 오기때문에.....

그런데 다행스럽다고 해야하나....정기 산행이 둘째주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바뀐것이다.

그러나 그날도 세계 최고의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갈라 공연이 있는 날....

아!! 오호통재라 애재라!!

 

 

 

<시작부터 꽤나 가파른 오르막 계단길이었다. 원래 처음 시작이 힘든법....사방에서 헉헉 거리는 소리 들린다>

 

 

 

그런데 자꾸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는 것이었다.

11월 첫주에 대망의 1무1박 3일의 지리산 종주산행이 무산되어지는 바람에 그만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것....

뚫린 구멍으로 바람은 거침없이 새어들어왔고, 때맞춰 내린 비바람에 황금빛 은행나무 잎은 금가루 처럼 쏟아져 내렸다.

도로 바닥은 비에 젖어 유리알 처럼 빛났고, 수북이 쌓인 은행나무 잎은 이리 저리 제멋대로 굵러다니며

나를 산으로 유혹했다. 내 머릿속엔 하얗게 핀 억새밭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매혹적으로 피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안돼~~

절대 공연을 포기할 수는 없어~

 

 

 

<헉!! 벌써 산정호수가 나뭇가지들 사이로 보이네~ 와아~ 나 이런 풍경 넘 좋아~

  아스라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풍경들.....

  여름엔 절대 볼 수 없지~ 무성한 나뭇잎새가 다 가리니까 말야...시작부터 사진 찍기 들어갔다. ㅋㅋ>

 

 

산우회 홈피를 드나들때 마다 생각보다 신청자가 늘어나지 않는것을 보니 마음은 더욱 싱숭생숭 해졌다.

그래도 신청을 마다하고 그냥 문을 닫고 나오기를 수차례....

 

그러던 어느날 결국은 일일이 전화를 하고 계시는 형제님의 수고를 마다하지 못해 명성산 산행을 결정하고야 말았다.

 

 

 

 

 

아!! 속 시원해~

이렇게 결정을 하고나니 편안한 걸....

이젠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졌던  환상적인 억새밭이 더욱 더 설렘으로 산행일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사실....

올해의 나의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는 산행이었다.

그러고 보니 ' 마음이 가는 곳엔 시간은 저절로 생기게 되어있다고...' 왠만한 일에는 그다지 큰 고민을 하지않고 산행에 따라 나설수 있었고, 나의 삶의 큰 기쁨의 한 자리를 채워주었다.  .

 

평소 숨쉬기 운동만 하던 몸을 그렇게 많이 움직여 주니 먼저 몸이 기뻐했고,

가벼워진 몸은 마음까지 기쁨으로 가득 채워 주었음은 물론이었다.  

그 무엇보다 대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가장 큰 축복이었다.

사사로운 번민과 갈등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고, 세상엔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은총의 산물들로 가득해 보였다.

 

 

 

 

 

이번 산행도 밤샘 후 그냥 내달린....

화욜부터 내리 공연장을 뛰어 다니고 더욱이 그 감격스런 '마리스 얀손스' 의 양 이틀간의 공연은  1시에 집에 돌아와 잠자기도 빠듯할 시간에  감동이 식기 전에...아니 감동을 추스리느라 컴터에 앉아 블로그에 후기를 쓰고, 까페에도 올리고 하느라 밤샘... 

 

어느새 큰 산을 좀 다녔다고...명성산 쯤이야 ...?? 이러면서 여유낙낙....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고 교만에 빠지기 쉬운 존재란걸 다시 한번 상기시킨.....



 

 

 

 

그러고 보니....성모 산우회 정기 산행의 반은 밤을 꼬박 샌채 출발한것 같다. ㅎㅎ

지리산 바래봉은 아예 밤 12시에 출발했고....마니산 산행은 공연 갔다가 (ㅋㅋ) 밤 12시 반에 돌아와 신부님 드릴 음식 준비하느라 밤샜고, 설악산 무박산행은 이름 그대로 무박 야간 산행이었으니 밤샜고, 청량산... 역시 공연 갔다가 새벽 4시50분 출발 이었으니 준비하려면 당근 밤새워야 할 ...그런데 잠깐만 눕는다는게 깜빡 잠들어 지각....

그리고 지난 10월 설악산 귀때기 청봉 산행...새벽 4시 출발인데..이 날도 역시 공연 갔다가 와서 준비하려니 또 밤샘...

ㅋㅋ...

그러고 보니 정신력 문제가 아니라 나...정말 강철 에너자이저인가봐~~



 

 

 

 

오늘은 밤새 컴터에 앉았다가 늦장 준비를 하느라 아침부터 달렸더니 다리가 아파왔다.

헐~~왜 이러지?? 컨디션이....ㅠㅠ

늦어서 죄스런 마음에 머리 조아리고 버스에 오르자 마자 창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잠시 잠이 오락 가락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 눈을 떴다.

버스안 TV모니터엔 그동안 2010년 한해동안의 성모산우회 발자취가 하나 하나 나오고 있었다.

 

헉!! 저건.....

총무님께서 일일이 그간 게시판에 오른 사진들을 모아서 재편집한 것이었다.

 

 

 

 

 

2월.... 대망의 덕유산 겨울산행부터~~

당연히 내가 찍은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간 벙개산행을 비롯 정말 부득이 한 사정이 아니면 빠지지 않고 다녔고, 또 자칭 리포터로 수많은 사진을 찍어 올렸기때문...

갑자기 감개가 무량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꿈나라를 갔다가 버스가 휴계소에 서는 바람에 잠에서 깨었다.

그리곤 형제님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산정호수가 보였다.

아!! 드디어 산에 올라 보는구나~

 강원도 여행을 다니며 그렇게도 자주 이 길을 넘어 다녔건만....

억새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프랫카드가 길마다 넘쳐나고 등산객들로 붐비었어도 내겐 너무나 멀기만 했던 축제...

 

그런 사연이 있다보니 갑자기 명성산 산행이 그 어떤 산행보다 감개가 무량해 지려고 한다. ㅎㅎ

 

 

 

 

 

 

버스는 산정호수를 비켜 다른 길로 접어들어 우리를 내려놓았다.

정기 산행이니 준비운동 들어갔다.

나도 몸을 풀려고 열심히 따라했다.

일주일 내내 바쁜 일정으로 뛰어다녔고 밤샘까지 했으니 왠 지 몸이 흔들리는것 같은 느낌....ㅠㅠ

 


 

 

 

 

초입부터 가파른 계단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정상까지 거의 오르막이었다.

성당으로 향할때 부터 다리 종아리 앞부분이 아프더니 왠지 처음부터 다리가 무겁고 종아리 앞부분이 아파왔다.

헐~~

명성산이라고 얕보고 몸을 전혀 돌보지 않고 일주일 내내 내달리다 왔더니만.....

힘들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리가 아파보기는 처음이라서 .....으음~좀 오르다 보면 풀리겠지~

오르막길이라 좀 힘들긴 해도 금새 정상에 오른듯한 멋진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산정호수 가까이서 보트타고 놀땐 그렇게 커 보이던 호수가 너무나도 작게 시야에 잡혔다.

그래도 끝없이 겹쳐져 펼쳐진 산맥들을 배경으로 폭 쌓여 있는 산정호수는 더없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냈다.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그 사이 난 사진을 열쉼히 찍는다~

어느샌가 사진찍는 일이 성모산우회 임무가 되어버렸으니....ㅎㅎ

 

사실은 다른 사람 사진 찍어주는 재미가 아주 솔솔하다.

이런 일이 아니라면 짖궂기도 하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들을 언제 또 그렇게 보겠는가~

무거운 DSLR카메라를 목에 걸고 바위산을 타려면 조심스럽고 힘들기는 해도 어느샌가  내겐 아주 큰 기쁨이 되어 버렸다.

 

 

 

 

 

 

아이구~ 이렇게 어린 꼬마가 산행을 다 하고....기특해라~

하긴...위험한 산이 아니라면 어린아이들이 어른보다 몸이 가벼워서 훨씬 산행을 잘 한다.

어디 그뿐이랴~

어린 아이들이 참을성도 어른보다 훨씬 더 많단다.

아픈것도 훨씬 더 잘 참고...보고 싶은것, 먹고 싶은것, 놀고 싶은 것....모두 훨씬 더 잘 참는단다.

제일 쉬운 예로 TV채널 가지고 싸우면 당연히 어른이 못참고 화를 내며 뺏어간다고...ㅎㅎ

 

까를로 형제님....애기 너무 예뻐하시나보다~ㅎㅎ



 

 

 

 

산에 오르면 세상것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작아 보이는 지....

그 작은것에 목메고 사느라 주변에 그 보다 더 크고 아름답고 좋은 것들이 얼마나 진을 치고 있는 지 볼 여유가 없다는...

그래서 산이 좋다.

세상것이 작게 보여서....

비움을 배울 수 있어서...

 

 

 

 

 

 

계단을 오를때 마다 산정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맥들이 하나씩 더 늘어난다.

시야에 들어오는 대 자연은 더 광활하고 세상 것들은 더욱 더 작아져만 간다.

 

그리고 가슴엔 뭔가 모를 환희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생명력....??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걸었을 뿐인데...

힘들다고 엄살까지 피면서....

 


 

 

 

카메라 앵글을 조금씩만 움직여도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달라진다.

그게 바로 사진찍는 매력....

어디다 앵글을 놔도 그림같은 풍경이다~

한 고비를 넘기고 뒤를 돌아다 볼때마다 더 드넓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 광활한 우주의 '기'가 나를 감싸고 돌기때문일까....

오를수록 힘드는것이 아니라 광활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힘이 솟아나는것만 같다.

 

아!! 산은 너무나 거대하고 광활해~

저 건물들좀 봐~ 얼마나 작은 지....손톱끝만해~

 

 

 

 

 

도대체 산이 몇겹이 겹쳐져 있는거야~~

 

 

 

 

 

억새 산행이란것도 순간 잊어먹은 채 그저 광활한 풍경에 벌써 정상에 오른 기쁨을 맞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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