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산....

6.이 좋은 계곡에 발 한번 못담그고 떠나다~(끝)

나베가 2010. 8. 11. 13:23

여름휴가를 떠나는 날,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하면

남편과 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여행을 떠난다.

 

심지어 일부러 장마철을 골라서 여행을 떠날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우린 둘다 놀줄을 몰라서 그냥 드라이브 하기를 좋아하기 때문....ㅎㅎ

준비물은 여행에 필요한 기본적인것 옷가지들과 간단한 세면도구...글구 CD 한가방 챙기는게 다~

 

산허리에 걸려있는 운무와 오로지 물기 머금은 초록만으로 가득한 세상이 너무나 좋아서....,

삶이 너무나 선명하여 그 무게감에 힘들을 때

이렇듯 한 폭의 수채화 처럼 세상이 하나의 이미지로 바뀌어져  음악에 젖어 흐르면....

그리고...

 질주의 쾌감까지.....

ㅎㅎ

 

이 순간 더이상 무엇을 바랄까....

그대로 천국이 되는 걸~

차안의 대화는 여유로 가득하고....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따뜻한 커피 한잔....

 

 

 

봉정암에서 백담사로 내려오는 동안 나는 현실이 아닌 거대한 초록의 이미지 세계를 부유했다.

 그래~ 부유했지,

세찬 계곡의 물소리와 물줄기를 타고 떠내려 갔고, 시원스럽고 멋드러지게 떨어지는 폭포를 만나면

함께 신나라 탄성지르며 떨어졌어~

나 자신의 몸의 무게는 조금도 느낄 수 없었지.

 

 

 

 

 

와아~

이 멋드러진 폭포....

특별히 전망대를 해놓은 것을 보면 분명 상시 있는 폭포이고 이름도 있을 터인데....ㅠㅠ

암튼...또 사진사인 내가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과 단체사진 들어갔다. ㅎㅎ

 

 

 

 

 

사실 이 폭포는 높은 곳에서 부터 흘러서 양쪽에서 떨어지는 쌍폭포다.

카메라로 다 잡을 수가 없어서 안타깝지만....실지로는 얼마나 시원스럽고 멋있었는 지.....

 

 

 

 

 

폭포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돌아서니 또 기암괴석의 산의 모습이 또 탄성을 지르게 한다.

아놔~ 나...오늘...너무 소리 질러서리 '기' 다 빠져나간 거 아닐까??

ㅋㅋ

 

오늘은 주말이기도 했지만 이 길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부산 통도사'에서 오신 분들이

봉정암까지 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것 같았다.

글쎄....이 험란한 곳까지 불심을 닦으러 온것만 봐도 알겠지만 얼마나 인사성이 밝은 지....

만나는 사람마다 잠시 힘듦을 누그러 뜨리고 하나같이 밝게 인사하며 올랐다.

기분좋음...

 

그러나....왠지 오르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일까....

얼굴을 바닥에 뭍고 걷기에 벅차 아무도 고개를 들어 이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 이가 없는 듯 하다.

하여... '경치가 굉장히 멋있다고...좀 보라고...' 일일이 말하면서 내려갔다는....ㅎㅎ

 

 

 

 

 

 

 

 

헐~사진 찍은 인물 보다 뒤에 계단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더 시선이 간다.ㅎㅎ

모두 우비를 입고 나란히 오르는 모습이 무슨 수도승들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는 듯한..?? ㅋㅋ

 

 

 

 

 

 

푸핫~~

토마스 형제님...왠지 낯익은 포즈??

지난 오봉 산행때 프란치스코 형제님에게 레슨 받더니 바로 나오는구만요~

근디....어깨에 멘 쓰레기 봉투가 완전 꽝 입니다욤~ㅋㅋ

<햇반 5개나 준비해 가셨는데 하나도 안먹고, 쓰레기 수거봉투까지 메달고 내려 오시느라 수고 하셨어욤~>

 

 

 

 

와우!!

마치 대리석인 양 반딱 반딱...거대한 바위틈으로 세차게 흘러 내려가는 폭포가 정말 장관이었다.

 

 

 

 

 

 

작은 물웅덩이를 지나 연속되는 폭포.....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었음이 아쉽다...

물론 내 머릿속엔 환히~

그 세찬 소리에...바람결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영롱한 새소리까지....그대로 담겨있지만....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렸다.

더워서 우비는 이미 벗어버린 지 오래고, 옷이 젖었는 지 감각도 없다.

아니, 비에 젖었는 지, 땀에 젖었는 지....

그나마 바지가 젖어 신발속으로 물이 흘러 들어가지 않아 양말이 젖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내리막길엔 가끔씩 단체사진을 찍느라 멈추긴 했어도 거의 쉬지않고 걸었다.

아!! 저 좋은 계곡에서 발담그고 커피 한잔과 초코 브라우니를 딱 한개만 먹었으면 좋겠는데.....

4시까지 가려면 빠듯하니까 일단은 용대리까지 쉬지말고 가자는 의견에 일치..ㅠㅠ

 

 

 

 

빗줄기가 다시 세차졌다.

그래~ 사진도 많이 찍었고,,,비도 많이 오니

이제부턴 카메라도 집어넣고 빡세게 걷는거야

 

 

 

 

 

나는 스틱도 앞으로 크게 내딛고 발걸음 보폭도 평소의 두배로 크게 벌려가며 힘차게 걸었다.

다리의 근육도 쭈욱 펴지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확확 추진력이 생기니 힘이 넘쳐나는것만 같다.

그렇게 해서 프란형제님이 내려가는건 1등 자신한다고 하셨는데, 내가 1등으로 백담사 입구를 통과했다. ㅋㅋ

<사실..계속 프란 형제님이 1등으로 내려오셨었당~ㅋㅋ>

 

어쨋든...이 기인 산행에 어떤 분은 다리에 쥐가 나시고, 어떤 분은 무릎에 통증이 일기 시작했고,

어떤 분은 신발에 물이 들어가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기 직전이었고, 어떤 분은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하셨고....

ㅋㅋ 나?? 멀쩡!!

Wow~~

 

 

 

백담사 주차장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했다.

다행히 버스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다.

그림같은 계곡의 풍경은 버스 안에서도 연장으로 이어졌다.

아!! 저곳에서 발담그고 미역감으면서 좀 놀다가야 하는데~ 시간이 있으려나~

 

가브리엘 형제님 오늘 투어 대장한테 전화한다.

지금 백담사 주차장으로 가는 버스 타고 내려가는 중이라고....

헐~~ 우리가 타야 할 버스...벌써 출발했단다`

뭐얏?? 그렇담 우리 걍 가는거얌??

저 좋은 계곡에 발도 못담그고, 술 한 잔 못하고, 대청봉에서 열쉼히 내린 향기로운 커피도 못마시고...??

으앙~~;;;;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여기서 또 택시를 타고 용대리까지 가야한다.

갑자기 펄펄하던 다리에 힘이 쪼옥 빠지는게 꼼짝도 하기 싫다.

계곡에 발담그고 씻을 시간이 없으니 그냥 화장실에 가서 대충 씻고 떠나자는....

 

공중화장실??

아~ 싫다 싫어~

 

"그냥 가서 집에서 씻을래요~"

 

갈아입을 바지에 티셔츠 2장, 양말 2켤레에 세면도구, 화장품까지 가지고 왔건만....ㅠㅠ

다행히 비는 그쳐서 꿉꿉했던 옷들이 꼬득 꼬득 해진 상태여서 그냥 견딜만 했다.

감각이 없어진건가?? ㅋㅋ

 

 

 

 

 

 

택시를 흥정하고 베낭을 트렁크에 싣고 있는 그 짧은 순간에 커피 한잔과 브라우니 한쪽을 먹었다.

으흐흐....고소하고 촉촉한 초콜릿맛 브라우니가 향기로운 뜨거운 커피에 녹아나니... 꿀맛이다~

 

택시가 용대리 마을에 들어섰다.

아이고~ 까마득한 옛날에 애들 데리고 가끔은 민박도 하고 야영도 하고 그랬는데...

20년전 그 모습이 아직도 그대로 인것 같다.

참 신기한것이 그땐 마을이 이렇게 작아보이지 않았는데...어쩌면 마을이 이렇게 작고 왜소한 지....ㅎㅎ

 

택시 기사 아저씨가 어디서 설까요~ 하고 묻는 순간 우리 시야에 우리가 타고 갈 대형 버스가 터억 하고 나타나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칼이네~"

"우리 이렇게 목 한번 축이지 못하고 그냥 가는 거야??"

 

그랬다.

우린 씻고 옷 갈아입기는 커녕 발 한번 못담그고, 그 좋아하는 형제님들 영양주도 못마시고...

허기진 배를 그냥 안고 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다.

 

그래도 우린 스스로 장해서 겨워했다.

산행의 고수들만이 이용하는 무박 버스에 정확한 시간에 합류했다는 것!!

 

 

 

버스에 몸을 실으니 그제서야 몸에서 한기가 인다.

에어컨 구멍을 다 막아버리고 잠시 앉아있는 그 순간....그제서야 우리 몸에서 나는 참을 수 없는 냄새...

1박2일동안 땀나고 비에 젖음이 수없이 반복되었으니.....

허어걱!! 얼른 에어컨 구멍 완전히 열어놓고 온 몸을 부들 부들 떨면서(?) 쟈켓을 이불삼아 덮고 왔다는...ㅋㅋ

 

오는 동안도 간간히 비를 뿌렸다.

경치가 지난 청량산에 갈때 처럼 멋드러져 다시 카메라를 꺼내 들었지만

이미 카메라엔 물이 들어가 화면불능...

헐~~~

설악의 대장정이 다 날아갔을까봐 순간 아찔했는데...다행히 우리가 찍은 사진은 화면에 뜬다. 에공~~

 

휴계소에서 20분동안의 여유에 우린 까를로 형제님이 준비해 오신 위스키와 까망베르 치즈와 육포(오옷~ 갑자기 너무 수준있어진.....ㅋㅋ)로 허기진 배와 섭섭함을 메꾸었다.

 

토욜인데도 도로엔 차가 없어서 순식간에 서울에 도착을 했다.

양재에서 9700번 버스를 맨 뒷자리를 잡아 앉았다.

ㅋㅋ 냄새때문에...

아닌게 아니라 우리 앞자리에 앉았던 젊은 이들이 다들 앞자리로 옮겨가 앉았다는...

푸하핫~~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산에 도착해서 생선구이 집에서 저녁을 먹을때만 해도 생선구이 냄새가 더 심했기에 또 잊었는데...

최종 남은 3인이 택시를 탔을때....기사 아저씨 "죄송합니다. 냄새가 나서 문을 좀 열었습니다~"

"아~네~ 저희가 죄송하지요~저희가 1박2일 동안 설악산에 다녀오는 길이라서요~<의기 양양>"

 

 

 

현관 문을 여는 순간....

우리 딸이 하는 첫마디...

 

"엄마~ 백두산 갈 수 있겠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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