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성서 백주간에서 실시하는 행사에 내가 이끌고 있는 팀을 데리고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팀원 9명중에 5명...
이 멋진 가을날에 의미있는 성전에서 미사도 참례하고 좋은 말씀으로 마음도 수양하고
또 맛있는 간식과 점심도 먹고, 야산이지만 산에 오르며 가을 단풍도 만끽하고....
그러면서 우리들은 또 얼마나 더 가까워질까.......
그곳이 어디던 지..
내가 머무는 곳에서 한 발짝만 내 딛기만 하여도 한결같던 일상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 지는 것이다.
그래서 떠난다는 것만큼 설레임을 주는 일도 없는것 같다.
그래서 일까....
나는 어디를 떠나기 전날 밤엔 잠이 오지않는 것이다.
괜한 일거리를 잡고 있다가 밤을 새기도 하고...
하릴없이 컴에 앉아 이것 저것 뒤적이다가 또 밤을 새기도 하고....
이번에도 컴에 앉았다가 새벽녘에 잠깐 눈붙였다가 깼다.
세탁기를 돌리고, 아침준비를 하면서 얼른 고구마도 오븐에 구웠다.
이렇게 허둥지둥 준비를 하고 성당으로 발걸음을 내딛자니 또 뜀박질....
반가운 우리 팀원들이 버스 맨 뒷자리에 주우욱 자릴 잡고 앉았다.
헉! 내가 좋아하는 자리인데....ㅋㅋㅋ
내가 여행다닐 때마다 매번 사수하는 자리....
우린 맨 뒷자리의 잇점을 살려 갖구워 따끈따끈한 군고구마를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노오란 속이....그 달콤함이 혀끝을 살살 녹이며 갑자기 불어닦친 한파로 얼음짱이 되어 버린 속까지 따듯하게 데펴주었다.
총무인 수산나도 귤과 사탕 과자를 봉지 봉지 담아 건네주었다.
그리고 또 백주간 전체에서 준비한 물과 떡과 과일들이 줄줄이 배달되었다.ㅎㅎ
벌써 우리들 얼굴엔 웃음꽃이 함박만하게 피었다.
묵주기도를 하며 기분좋은 작은 여행은 출발했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가을 분위기가 더없이 마음을 풍요롭게 했다.
그러나...
그도 잠깐....어느새 나는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ㅋㅋㅋㅋ
1시간 남짓한 거리인 지라 벌써 대표는 도착을 알리고 있었다.
신부님께선 앞마당까지 나오셔서 우리를 반기셨다.
성당이라고 하기에도 뭐한....아니지, 그래, 공소야.
아주 자그마한 마을에 자그마한 건물이 우리를 맞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노오란 잎을 반쯤 떨구어 낸 은행나무였다.
나는 우리 팀원들을 하나씩 그 노오랗게 쏟아져 내린 은행나무 이파리 위에 앉혀놓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클릭하면 원본크기 사진을 볼수 있습니다.
아~
근데 우리 팀원들 너무 얌전해서 뻗뻗하게 그냥 은행나무 앞에 뻘쭘 서 있는다~
나는 장난끼가 발동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하며 웃음보를 터뜨려 주었다.
아~그래도 넘 어색해서 다시 ......ㅋㅋㅋ
미사가 있었고....
잠시 따듯한 방에가서 커피타임...
그리고 너무나 수준이 높았던 강의...
졸고있음이 들킨것인 지, 모두들 매앵한 표정을 들킨 것인 지....
신부님께서 당신이 알고 계신걸 지금 최대한으로 쉽게 말씀하고 계신거라고...한말씀 하신다. ㅎㅎㅎㅎ
암튼....
한시간 반 남짓 강의를 듣고 이제 맛있는 점심....
시골인심은 정말 알아준다.
얼마나 푸짐한 나물을 채려놓았는 지...그리고도 다른 반찬들을 여러번 더 달라고 해서 맛있게 먹었다.
집에 가면 이렇게 많은 나물 못챙겨 먹는다고 열심히 토로하며 냠냠...쩝쩝...
이제 우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산행이라는 말에 등산화들까지 챙겨들 신고 왔지마는 배가 만땅으로 불러 몸이 무거워지자 슬슬 뒤로 빼기 시작한다.
우리 중간까지만 갔다가 내려오자고.....ㅋㅋ
우린 시작부터 쳐지기 시작했다. ㅋㅋㅋㅋ
전화였지만, 대표봉사자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빨랑 오라고~~~ㅋㅋㅋ
ㅎㅎ
사실 무늬만 산행이었지, 치마입고 뾰죽구두 신고 올라도 될만한 산책길이었다.
올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였지만, 아무 거리낌없이 쏟아져 내리는 청명한 햇살아래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밟으며 걷는 일은 너무나 행복감을 주었다.
이렇게 낭만적인 길을 걸으며 그냥 갈소냐~~
우리 팀원들을 함께 사진 찍어주고 싶었으나 사진 알러지가 있는 지 모두 앞다퉈 달아나고 나와 수산나만 남아 슬슬 사진을 찍는 여유를 즐기며 올랐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우린 마냥 길따라 걸어내려갔다.
그때 뒤따라 오시던 신부님께서 길을 잘못들었다고 헉헉 우리를 돌려 보내고 다른 팀원을 찾아 내려가셨다.
에그머니나~~
다시 정상길을 따라 오르려 했더니 이미 올라갔다 온 팀원들이 '요기야~' 한다.ㅎㅎ
그래서 우린 정상을 지척 2미터에 두고 그냥 길따라 도로 내려왔다. ㅋㅋㅋㅋㅋ
암튼....
이렇듯 우리를 축복받은 이곳에 초대를 해주어 낙엽도 밟아보고 사각 사각 낙엽밟는 소리도 맘껏 즐겨보고....
어린아이 마냥 은행나무 잎도 뒤짚어 써보고....
온갖 폼을 다 잡으며 사진도 찍고...
학창시절 했던 포즈로 이쁜짓도 해보고....
그저 엄마라는 직분은 잠시 잊은 채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산이라고 오를땐 땀이 날 정도로 더웠는데, 내려올땐 싸늘한 한기가 다시 우리 몸을 감싸왔다.
아무래도 내일은 더 춥다더니... 한 낮이 지나니 날씨가 더 쌀쌀해 지는것 같다.
산에서 내려와 다시 커피 한잔 마시려고 폼잡는데, 이젠....갈 시간이란다~
커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가방들고 방에서 나왔다.
"대표님~~
단체사진이요~~~"
"오오~~ 그래 그래...빨리 빨리 모여~"
찰칵!!
내가 끼고 다시 찰칵!!
마지막 신부님하고도 찰칵!!
신부님의 강의 내용을 대략 간추려 보면....
먹거리로 시작하신 음양 오행설....
요즘 가장 이슈가 되고있는 '신종플루'로 서두를 꺼내시더니 5가지 맛의 균형을 살려 식생활부터 가정혁명을 일으켜야 하신다고...
그러시더니 쌩뚱맞게 불교의 행자생활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행자가 하는 일....
첫째로 나무를 해오게 시킴으로 해서 법당 저멀리까지 나가 자연생태계를 이해시키고
두번째로 그 멀리서 부터 나무를 짊어지고 옴으로 해서 근력을 키우게 하고
셋째로 부엌에 들어가 밥을 짓게 함으로써 불을 이해시키며 음식만드는 법까지 숙지하게 하고
넷째로 돌탑을 쌓게 한다. 그리고는 그 힘들게 쌓은 공든탑을 발로 차 무너뜨리시며 행자로 하여금
굴욕감, 포기를 극복하고 인내를 배우게 하며 그제서야 사람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고
마지막으로 법당에 들어가게 된단다.
그러시며
찾는자가 찾고자 하는 그것이다.
이말뜻이 무엇이냐고.....
그리고 또
나와 나의 것들....
나는 대양과 같은 바다이고
나의 것들은 대양에 떠있는 수많은 배들과 같다고.
그러시면서 나의 것들을 하나 하나 다 털어내고 마지막으로 순수하게 남는것이 무엇일까...생각해 보라신다.
나의 것이 아닌 나를 알게 하소서
님의 것이 아닌 님을 알게 하소서.....
그러면....
우리가 늘 말하는 거룩함이란 무엇일까...
첫째로 알수 없는 신령한 기운을 말한다.
그러면 거룩함과 속된것들을 분리해서 생각했을때 반대개념으로의 거룩함을 이해할수 있을까??
그럴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것은 모두 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기에 나름 다 거룩한 속성을 가지고 있고
나 역시 내안에 거룩함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에 바로 그것이 속된것이라는 것!!
따라서 거룩함이 없는 속된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와 나의것들을 비유해 보라고...)
그러니
<내가 지금 떠있는 곳이 어디인가?>를 아는것이 바로 나다.
내가 떠있는 곳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죽음이후까지를 말하고
여기에서 '나'란 기독교의 영을 말하며,순수, 의식, 절대생명을 의미한다.
생명이란 (=숨) 떠나면 자연의 돌멩이 처럼 흙이 된다.
그러니 생명=숨은 떠나는것이 아니라 시간이 되어졌을때 멈추는 것이다.
이런의미에서 볼때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생명을 내가 만든것도 아닌데....
다만 진리에 대한 이해와 초연..존재자리를 깊이 자각하는것의 의미일뿐이다.
그러니 아는것들에선 별로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아는 자가 바로 찾는 그것이다.
하는님을 우리가 의인화해서 분으로 인식하는 것도 사실은 하나의 개념일 뿐이다.
나를 살아있게 하시는 분....하느님.
본래적으로 부여받은 신비...에 감사한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내가 가꾸어 낸것에 의해서만 집착을 하기때문에 두려움이 계속 파생되는 것이다.
본래의 것(숨, 영)이 아닌것은 다 너네것일 뿐이다.
하느님은 본래의 것을 알아가는 여정을 쉼없이 가르쳐 주고 계시다.
어둠은 실재하는가??
어둠속에서 성냥불을 켜면 그 순간 어둠은 사라진다.
빛이 그 공간성안에서 밝혀지기 전까진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불이 밝혀지는 순간 어둠은 사라져 실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 내면에서 깊은 작각이 일어나 밝혀지기 전까진 내 경험에 의해서만 살아가고 있다는것,
단지 여러 경험적 기억에 갖혀서....
그것들은 자각을 해서 불을 밝히는 순간 다 사라져 버리는 것들일진데......
나의 기억에 갖혀서 하느님을 뵙지 못하는 것
무지의 어둠에 갖혀있는것이 원죄다.
근본적, 근원적 행위자는 하느님뿐.
내 스스로 행위자가 되어 살려고 하는것이 잘못되어진 것.
우리가 흔히 하는 기도는
원의도 내가 하고, 방향도 내가 정하고, 결과도 내가 평가한다.
이것은 기도가 아니다.
기도는 앉아 있게 하고
그분안에 머무르게 하는것.
"모든것은 다 당신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홀연히 다 비우고 그분안에 그저 앉아있는 것!
(내가 어디에 있는가!!)
결국
내가 나를 위해서 하고있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Mozart
Cosi fan tutte
(Act 1) Terzettino
Soave sia il vento
바람은 부드럽고 물결은 잔잔하기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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