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수원시향은 우리나라 5대 오케스트라에 포함시켜도 손색없는 실력을 갖췄지만 정작 연고지인 수원에서조차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좋은 기획 연주회를 많이 열어 유명 교향악단으로 발돋움 하는 기반을 다져놓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수원시향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건 2005년부터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그해 수원시향 정기연주회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그 뒤 코리안 심포니, 프라임 필, 강남 심포니 등을 객원지휘하면서 지휘자 능력을 인정받았다. 마침내 하나의 교향악단을 맡아 지휘자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김씨는 지난달 13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수원시향 정기연주회 때 지방 교향악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가 지휘한 이날 공연의 유료 관객 점유율이 83%에 달했기 때문이다. 수원시향 정기연주회 사상 가장 높은 관객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1일 개막해 23일까지 열리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도 ‘김대진 효과’를 예고하고 있다. 그가 지휘할 수원시향은 15일 무대에 오른다. 벌써 연주회 예매율이 11일 현재 67%에 이르고 있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전국 20개 교향악단 중 가장 높은 예매율이다. 그동안 활발한 연주 활동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김씨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이날 베토벤 교향곡 7번, 협주곡 5번 등을 지휘하며 동시에 피아노를 연주한다.
수원시향의 한 단원은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씨 등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성공한 세계적인 지휘자가 많다”며 “피아니스트인 김씨가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탁월한 음악적 해석 능력을 가졌다는 게 대다수 단원의 평가”라고 말했다.
김씨는 199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선욱(20)·손열음(22)씨 등 유망한 피아니스트를 길러냈다. 또 외국 연주 무대와 콩쿠르에 활발하게 참가해 국제감각을 갖춘 음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년간 ‘김대진의 음악교실’ ‘금호 체임버뮤직 소사이어티’와 베토벤·모차르트 협주곡 전곡 연주 등을 통해 뛰어난 기획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씨의 공식 취임 연주회는 6월 3일 경기도문화의전당과 6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