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 발루(2008.9)

1.코타키나발루/첫날-리조트내

나베가 2008. 12. 13. 04:34

 여행을 떠나본 사람만이 안다.

여행이 중독이란걸.....

 

6월...기인 북유럽, 러시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밀린 집안 일과 레슨 보충으로 여념이 없어 블로그 정리도 한달이 지난 뒤에야 겨우 올렸다.

그리고 한숨을 돌렸는데....

이런~ 또 여행이 슬금 슬금 유혹을 한다.

그러던 즈음에 베네딕다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무지 무지 싼 여행 상품이 떴다고.....

당장 1시간 내에 결정해서 여권 카피해서 팩스보내고 예약금 넣으라고.....

허어걱~~

아무리 여행에 미쳤어도 이건......

추석인데.......

애들 레슨 시간도 변경해야 하는데......

ㅠㅠ

 

그렇지만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일단 질르고 보는거다!!

 

"YES"

 

정신없이 여권 복사본을 팩스로 여행사에 보내고, 예약금도 보냈다.

그리고 남편에게 어떻게 말을 할까.....고민.....

 

헉!!

근데 남편이 이미 알고 있는게 아닌가??

베네딕도 오빠가 '불쌍하다'고....전화를 했다나??

처음엔 오빠 얘기인 줄 알고, "왜 그렇게 사냐고..." 끌끌 거렸대나??

그랬더니, 내 얘기만이 아니고 그대 얘기라고....ㅋㅋㅋ

 

암튼 정신없는 명절을 보내고, 성묘도 다녀오고,레슨 휴강 통보를 하고....

딸과 두 오빠들의 배웅을 받으며 우린 그렇게 깜짝 여행을 떠났다.

 

인천 공항은 여늬 때와는 달리 정말 싸늘할 정도로 텅 빈 공간으로 있었다.

이게 왠일일까....

예전같으면 명절 전후로 공항이 만원을 이루는데.....

더우기 놀라운건 정말 저렴한 상품이라서 일행이 엄청 많을거란 예상을 뒤엎고 단 6명.....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 그렇게 우린 아시아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안도 터어엉~~~비어 있었다.

자리를 옮겨 혼자서 편히 앉아 가려고 하니, 사람이 너무 없으니 한곳으로 몰리지 않게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는

제자리를 지켜 달라고 했다.

비행기를 여러번 탔지만 이렇게 공항이 텅빈 것도 처음이고, 비행기가 이렇게 텅빈 것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암튼....

히히낙낙 .... 그 어느때 보다도 이 깜짝 여행에 스릴과 희열을 느끼며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음악도 듣고, 창밖도 내다보며...

어느듯 6시간은 금새 지나 도착지에 다달은 듯 했다.

그런데 창밖을 계속 내다보며 오던 난 이상한 조짐을 느꼈다.

심한 번개가 번쩍 번쩍 거리고....

분명 공항같은것이 보였든것 같은데,,다시 깜깜한 어둠 속을 날고 있고....

비행기는 금방이라도 추락할 듯 심히 흔들리고..

 

아니나 다를까...

스튜디어스가 당황한 목소리로 안내 방송을 했다.

기류가 심히 나빠서 착륙을 할수 없어 선회하여 다시 착륙을 시도할 것이라고....

그렇게 다시 시도한 착륙...또 실패.

다시 시도.....또 실패.

다시 시도.....또 실패.

 

이쯤되니 기내의 분위기가 싸~한것이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것만 같았다.

어린아이들에겐 무슨 영감이 있다고 했든가??

더우기 어린 아기들이 마치 무슨 영감을 느낀 듯 일제히 울어대는데....

우와~~ 정말 기분이 묘해졌다.

 

비행기 비상구도 어디에 있는 지 두리번 거려보게 되고,

결국 착륙을 못하면 이 비행기는 어디로 갈것인가!!

기름은 충분히 있을까.....

집어넣었던 묵주를 다시 꺼내들고 기도에 매달려보지만...기도조차도 허둥대고... 

 

식구들 얼굴과 통장등 기타 살림살이에 대한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며

'아~~ 이런거 다 정리를 해놓고 여행을 다녀도 다녀야 되는 거구나!'

두려움과 공포속에서 몇 십분은 마치 몇 시간이나 되듯이 길게 느껴져왔다.

 

이렇게 공포속에서  다행스럽게도 비행기는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무사히 착륙을 했다.

사람이란게 얼마나 간사한 지....

그렇게 두려움과 공포속에 질렸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새 전장터에서 살아온 사람들 처럼 의기양양 공항을 빠져나왔다.

공항은 새로 지었는 지, 너무나 깨끗했다.

 

 

 코타키나발루 공항.

  단 6명의 단체 여행!!

봉고차에 몸을 싣고 호텔로 이동하면서 우리들 뿐만이 아니라 가이드도 이렇게 단촐한 여행객을 처음 맡아본다고 했다.

그리곤 선물 주머니를 한개씩 안겨주었다.

그 주머니속엔 슬리퍼와 약간의 돈이 충전된 핸드폰이었다.

가이드와의 소통을 위한것이기도 하고, 한국에 전화를 해도 된다고 했다. 30분정도 할수 있다고....

오옷~

기분좋은 시작이었다.

 

베링기스 리조트 로비...

 

경비가 워낙 저렴한 여행이라서 호텔에 대한 기대는 하지않았다.

아니....어쩌면 최악의 호텔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상황을 봐서 약간의 돈을 내고 '샹그릴라'로 바꿀까...언니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너무 기대를 하면 실망하기 마련이고, 그와 반대로 어쩌면....하면서 최악을 생각하면 또 의외로 괜찮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래서였을까...

빌라형태인 낮으막한 2층 목조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와아~  너무 좋다~~"

우린 외쳤다.

정갈하게 놓여있는 침대 머릿장의 실크 자수. 그 옆으로 등나무 소파가 있고,

천정으론 에어컨 말고도 바람개비 선풍기(?)기 돌고 있고, 빗살무늬 나무장,

무엇보다 발코니로 연결된 창문겸 문이 입구 맞은편으로 놓여져 있는것이 낭만적이었다.

 

 

 

 

 

 언니와 난...짐가방을 던져놓고 사진 먼저 한방씩 찰칵!! ㅋㅋ

 

 

 

 화장대 위에 정갈하게 놓여져 있는 커피와 차..

그리고 앙증맞게 깍아놓은 과일이 또한 기분좋게 했다.

그렇게 언니와 난 기대 이상의 정갈함과 편안함에 만족하고 행복해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유럽을 비롯한 기타 여행에서 매일같이 꼭두새벽에 기상해 뜀박질을 하듯 했던 여행과 달리 휴양지에 온 우리는

아침 일정의 첫 시작도 꽤나 여유가 있어서 굳이 알람을 맞추거나 긴장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깜깜한 밤에 도착하여 밖의 풍경을 전혀 볼수 없었던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건 아침 햇살에 눈을 뜬 직후였다.

창문 가득한 초록 숲..........

 

자리에서 벌썩 일어나 문을 밀치고 밖으로 나온 순간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와아~~

여기.... 아프리카인가??

시야의 끝까지 초록 숲으로 가득한 밖의 정경은 ...

그것도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 마자 발코니에 서서 느낄 수 있음이...

늘 꿈꾸던....그런 낭만이었는 지도 몰랐다.

 

 

 

 

 

빌라 한동은 발코니가 주욱 연결되어 있어서 더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어쩌면 손님이 우리 일행밖에 없어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계단을 하나 낀 건넌방의 일행도 발코니 문을 활짝 제껴놓고 발코니에 나섰다.

아직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았지만 워낙 적은 수의 일행이라 금새 친근감이 생겼다.

 

늘 꿈꾸던....

이 아름다운 정경속에서 모닝 커피를 한잔 마셨다.

 

 

 

 

 

 

 

 

 

 

 

 

 

일찍부터 여유를 즐기다 시간에 맞추어 바닷가 식당으로 아침 식사를 하러 나섰다.

가면서 너무나 아름다운 리조트 정경을 사진에 담았다.

수영장 앞 그네 의자에 앉아서 사진도 한장 찰칵 찍고.....ㅎㅎ

 

 

정원이라고 전혀 느껴지지않는 ...

자연 그대로 펼쳐져 있는 듯한 드넓은 숲이 리조트라기 보다는 대 평원에 들어 온듯 착각이 일을 정도다.

이렇게 가꾸려면 무수히 노력을 했겠지만, 인간의 손이 전혀 미치지 않은 듯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들어

그 어떤 잘 가꾸고 근사하게 해 놓은 호텔보다 나는 이곳이 더 정겹고 편안하게 느껴져 너무나 좋았다.

 

 

 

 

Morning Has Brken ㅡ Aaron Neville / Dana Wi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