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웨이 풍경...>
러시아, 북유럽 여행을 다녀온 직후 가방을 던져놓고 레슨 시작.....
보충수업으로 토요일까지 풀가동....수업을 마치자 마자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사람이 긴장감이 얼마나 무서운 지....그때까지 말짱하던 내 몸은 두통으로까지 번져 주체할 수 없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짜장면, 짬뽕, 탕수육까지 시켜놓고 흔들어 깨웠다. 저녁 먹으라고...
비몽 사몽간에 일어나 이 푸짐한 상차림 앞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또 허기진 식사를 했다.
그제서야 정신이 좀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차를 타본 지도 꽤 되었군!"
이 한마디에 우리 가족은 밤 10시 좀 지난 시각에 산책을 나갔다.
늘상 바람쐬러 자유로를 달려 통일동산쪽으로 가는데, 이번엔 네비게이션까지 작동시키는게 범상치 않다.
"이번에는 좀 멀리 나갈까??"
"그러던지~~"
차안에 가득 퍼지는 아름다운 음악이 언제나 처럼 행복하게 했다.
이번 여행에서 모스크바 크레믈린 궁안 <가브리엘 대천사 사원>에서 사온 수사님들의 천상의 하모니는 그 당시의 감동으로 나를 감싸며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여행의 흥분속으로 몰아갔다.
어느사이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 지 차창으로 부딪힌 빗방울이 방울 방울 맺혀 떨어졌다.
"어?? 비오네~"
"응~ 오늘밤 비온다고 했어~"
참으로 이상한 것이 비가 와서 날씨가 흐린데도 밤이 푸르스름 산허리들이 훤히 비춰지는 것이 외곽 순환로 불암산 자락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잠시후 구름사이로 보름달이 덩그러니 비춰지는 것이었다.
얼마를 그렇게 달렸을까....
도대체 차를 돌릴때도 없고 그저 어둠속을 마냥 달리고 있는 아빠를 보고는 딸이 한마디 던진다.
"아빠, 이렇게 끊임없이 밤을 달리고 있자니, 갑자기 이 얘기가 생각이 나네염~
해지기 전까지 달려서 되 돌아온것까지 다 네 땅이 되는.....
우리 지금 너무 멀리 가는거 아니예염??" ㅎㅎ
딸이 이 늦은 시각에 너무 멀리 나와 집에 돌아갈 것을 걱정하는 한편 나는 이대로 끝까지 달렸으면...싶어 남편을 충동질 시킨다.
"아!! 너무 근사하고 멋지다~~ 이대로 계속 달려 바다에 갔으면 좋겠다!!"
"지금 가고 있잖아~ 그럴려고 들어선거야~"
"헉!! 당신 멋지다~~~"
2주란 기인 시간동안 함께 하지 못한 우리가족은 그렇게 느닷없는 여행을 만들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차들도 없고...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보름달이 비치는 비오는 날 밤 풍경속을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하며 달리는 시간은
비단 바다까지 다다르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환상이었다.
그렇게 환상의 순간은 너무도 짧게 느껴져 어느듯 동해바다 영진항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흩뿌리던 비는 세찬 바람을 일으키며 하얀 거품과 파도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 얼마만에 들어보는 거친 파도소리인가!!
생각해 보니, 창원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녀석 때문에 근간에는 늘 잔잔한 쪽빛 남해바다에만 다녔던 것이었다.
그때는 또 그 수많은 섬들이 빚어낸 아름다움과 파란 쪽빛 색깔에 여기서 살거라고...열광을 했었는데
이렇게 거친 파도 소리와 깜깜한 어둠속을 뚫고 밀려드는 하얀 파도와 코를 자극하는 바다 내음까지...
이게 정말 바다구나!! 싶음에 소리친다.
"와아~~ 정말 너무 멋지다!!"
새벽 2시 즈음인 이 시각에도 몇몇 횟집에 불이 환하다.
그중에 우린 조개구이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주말이라서 인 지 길가에는 차들이 주욱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조개구이 집에는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입던 옷차림 그대로....
더우기 나는 자다 일어나서 짜장면 먹고 머리까지 풀어헤친 채로 나섰는데....
사람이 가득한 조개구이 집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우리 차림이 웃겨서 우린 낄낄거리며 웃었다.
아니...오히려 이 낯도깨비같은 우리의 행동이 너무 재밌어서 웃고 또 웃었다.
비오는 날 새벽 2시....
거친 파도소리를 들으며 숯불에서 구워먹는 조개구이는 정말 일품이었다.
내친김에 얼큰한 해물라면까지.....ㅋㅋ
우리를 끝으로 조개구이집은 파장을 했다.
우린 커피를 마시며 밤바다 풍경을 즐겼다.
행복함이.... 밀려오는 파도만큼이나 세차게 가슴에 와 부딪혔다.
주문진항으로 발길을 옮겼다.
새벽 4시....
비가 왔는데도 바다를 환히 밝혔던 오징어 배들이 그제서야 항구에 배를 대고 밤새껏 잡은 오징어들을 내려 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징어좀 사갈까??"
싱싱한 오징어들이 담긴 상자들이 수도없이 쌓이는 것을 보니 한궤짝 사다가 나눠먹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비도 추접 추접 내리고...우린 그만두고 그곳을 떠났다.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해서 백운계곡을 끼고 넘어가 정상의 시장터로 해서 집에 가자고.....조금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깜깜한 밤이 계속될거 같았으나 춘천으로 가는 즈음에 어느새 동이 트며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다.
거친 비바람과 함께 했던 밤이 걷히는 그 순간...푸르스름이.....
마치도 그동안 내가 푸욱 빠져 열광하던 백야의 노르웨이의 밤풍경같았다.
이 뜻밖의 풍경에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는 사이 푸스르름했던 어둠은 완전히 걷히고 또다른 청명함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오직 이 순간에만 맞볼수 있는 크리스탈 처럼 빛나는 맑디 맑은 색감과 느낌....
우린 계곡이 세차게 훌러내리고 구름이 걸친 산새가 기막힌 절경가운데 차를 세웠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는 소리를 이런때 하는거구나~ 싶을 만큼 밤새 비에 씻긴 초록숲이 너무나 청명했다.
마치 LCD TV의 HD영상을 보듯.....
나와 딸은 이 아무도 없는 새벽길에 차 천정문을 열고는 머리를 쑤욱 내밀고 마치...오픈 카에 탄듯 히히낙낙하며 달렸다.ㅋㅋ
그렇게 바라본 풍경은 차안에서 바라보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느낌이었다.
백운게곡에 들어서자 봄에 느꼈던 풍경과는 사뭇 달라서 이 길이 같은 길인가 싶었다.
계절도 계절이지만 아마 비온 뒤의 새벽길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거 같다.
설마 이 시간에 날씨도 흐린데 시장을 열었을까....싶었는데, 정상에 다달으니 벌써 아주머니들이 덮어놓은 비닐을 재끼며 시장문을 열고 있었다.
그중에 한 아주머니...아직 차도 세우지 않았는데, 우리를 바라보며 생긋이 웃으신다.
"에고~ 우린 저 아주머니한테 코 꼈다~~ㅎㅎ"
우리가 내리자 마자 아주머니는 토마토를 한개씩 쓱쓱 옷에 문질러 닦고는 성큼 성큼 주었다.
새벽에 먹는 토마토의 맛이 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까지 얹어 그렇게 신선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개시인지라 수북 수북 덤으로 담아주시는 토마토를 사고, 도토리 묵도 사고...
어제 삶아놓은 옥수수라고 하시며 3개를 또 담아주시고, 차를 끓여줄테니 먹고 가라고 하시는데, 그냥 발길을 돌리니, 차가운 차라도 마시라고 끝내 주셨다.
아~~ 이 기분좋음~~~
후덕한 아주머니 얼굴...뇌리에 도장 파악 찍고.....
어느새 도착해 버린 동네....
밤새 빗길을 달렸으니 세차하는건 기본센스...
셀프 세차장에 가서 온 식구가 쓱싹 쓱싹...순식간에 손세차하고 집에 들어오니 아침 11시...
딸의 남친이 밤 10시에 산책을 나간다고 통고받고....
담날 아침 8시에 아직도 산책중....말을 듣고는...말을 잊은 채 한참을 웃더니만 한말이...
"니네 가족 진짜 대단하다....." 했다고....ㅋㅋ
그말이 딱 맞다~~~
우린 이 낯도깨비 같은 산책에 웃고 또 웃었지만, 그 어떤 여행보다도 재밌었고 큰 추억을 남겨주었다.
피곤이란 말은 존재할수가 없는 것이다. ㅋㅋ
이제 취짐 시작!! ㅋㅋ
<이날 저녁...나는 예술의 전당으로 드레스덴 필하모니&미샤 마이스키 내한공연에 또 갔었다. 나는 정말 강적이다!! ㅋㅋ>
피가로의 결혼, 편지 2중창
Gundula Janowitz(백작부인)
Edith Mathis(스잔나)
'작은 글들... > 일상(수필,일기,편지글,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에게 면회가다/2008.7.12 (0) | 2008.07.23 |
---|---|
2008.7.13/네게 면회다녀오면서... (0) | 2008.07.13 |
부랴 부랴 카테고리 만들다/2008.6.1/일 (0) | 2008.06.01 |
2008.5...원당 종마목장으로 드라이브 가다 (0) | 2008.05.23 |
2008년 4월....평화누리에 가다 (0) | 2008.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