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4.29
햇살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던 날...
이수와 헤이리 마을에 가다
이제 겨우 가까스로 내민 초록 이파리들에
햇살이 부서져 내렸다.
그 반짝거림이 너무나 영롱하여
베란다 창문을 열고 문틀에 올라 앉아 쪼그리고 앉았다.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는데...
까맣게 타버릴거라는 거....내게도 사정없이 쏘다 부운 햇살에 온 몸이 따끈 따끈 해진뒤에야 알아차렸다.
에잇~ 검둥이가 되어 버리라지!
나는 그 따스함이 너무 좋아서 풀밭이 되어버린 우리집 화단에서 풀을 뽑고계신 경비아저씨와 도란 도란 얘기꽃을 심었다.
그리고 일을 저질렀다.
꽃농원에 아이비 베고니아 30판을 주문한것이다.
와아~
벌써 내맘속엔 반발한 꽃밭이 그려졌다.
내일 모레면 ...철쭉으로 가득한 우리 아파트에 우리집앞 베고니아까지 합해져서 더욱 눈이 부시겠지?
갑자기 맘이 부산스러워졌다.
겨우내 닦지 않았던 유리창을 닦아내고 싶어졌다.
아니, 당장이라도 닦아내지 않으면 안될거 같은 조급함마저 생겼다.
나는 아들녀석과 함께 호스를 끄집어 내고 윈덱스와 닦게 2개를 꺼내왔다.
물줄기가 힘차게 뿜어지며 뿌옇게 앉았던 먼지들을 쓸어내었다.
윈덱스를 뿌리고 닦게로 쓱쓱.. 닦아내고 다시 물을 뿜어 닦아내고, 닦게 고무로 깨끗하게 물기를 밀어내니 어느새 유리창엔 딴 세상이 비춰졌다.
이젠 소파에 앉아서 유리창에 비친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찬란하리 만큼 눈부신 햇살이 마치도 크리스탈을 통과해 부서지듯 했다.
그 햇살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때
이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여행 잘 다녀왔어? 나두...캄보디아, 하롱베이 갔다왔잖아~"
갑자기 여행얘기에 호들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잠시 수다를 떨다가...우린 만나기로 했다.
하하핫<<<
나는 또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동안 휴가나왔던 남편과의 여행으로 휴강했던 레슨 보충까지 있어서 엉망으로 밀려있던 집안청소를 하느라 나는 뛰어다니다 시피했다.
"우욱! 이게 뭐하는 짓이야~ 오늘은 정말 푸욱 쉬려고 했는데... 나는 정말 못말려!!"
울 아들녀석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도 집이 정말 깨끗, 상큼해지고 있잖아요~"
헉!!
그동안 방문을 콱 닫아놓고 살짝 들어가 잠만 자던 안방을 비롯...
깨끗해진 유리창을 통해 사방으로 찬란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수원에서부터 이수는 달려왔다.
딸기 요구르트 세이크를 해서 마시고, 해물 쿼사디아와 커피도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배가 너무 불러왔다.
"야아~ 우리 이럴게 아니라 나가자. 나가고 싶어서 너 불렀는데....이러고 앉았다니..."
호수공원은 일요일이라 사람으로 붐빌거 같았다.
'헤이리에 가자! 지금쯤 꽃도 피고 너무 이쁠거야~"
자유로를 달렸다.
언제나 나는 이길을 달릴때마다 흥분한다.
도심에서 5분만 벗어나도 이렇듯 광할함이 느껴지기에...
언제 출발해도 차 막힐일 없고, 한켠으론 드넓은 한강이 유유자적 흐르고,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초록으로 광할하다.
수다를 떨다가 통일동산을 지나치고 입구마저 휑하니 지나쳐 버렸다.
아이고~~
가도 가도 되돌아 올길이 보이지 않았다.
"와~정말 끝이 없네~이러다 임진각까지 가는거 아닌감? 까짓거 뭐...가지 뭐~"
그러는데 IC가 보였다.
우리는 더욱 히히거리며 이렇듯 우여곡절끝에 헤이리로 들어왔다.
얼마전 2월에 왔을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가장 정상쪽에 올라가니 한눈에 헤이리 마을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게 마치 외국에 와있는듯 이국적이다. 한켠에 영어마을의 독특함때문에 더욱 그렇다.
차에서 내렸는데...어느샌가 노을이 지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 넋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넘어가려는 해를 겨우 잡았다.
꽃이 좋아 활짝 핀 철쭉옆에서 기념 사진도 한장 ...ㅋㅋ
사실 너무 늦게 출발을 해서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갤러리들이 문을 닫으려 하거나 벌써 닫혀있었다. 아직도 계속 조성해 나가고 있는 상태이므로 갈때마다 공사중인 곳이 있고 또 새로운 건물들이 생겨나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아주 특이한 건물이 눈에 들어와 내가 안가본 곳이기도 하고... 차를 돌려 내려갔다. 그곳 주변은 개인 작업실이기도 했고, 역시 문이 닫혀져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차를 빼서 나오려 하는데, 저쪽 한켠 갤러리에 불이 켜져 있었다.
멈칫거리고 있는데, 그곳 주인이 나와서 손짓을 했다.
우리는 들어가서 친절한 작가님이 손수 끊여준 허브티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작품도 보고, 설명도 듣고,...
서양화가였는데 넥타이에 염색도 하고 디자인도 했다.
넥타이를 하나 살까...생각도 했지만, 장속에 묵힐것을 생각하니...
곧 있을 개인전 홍보엽서를 받아들고 그곳 화랑을 빠져나왔다.
그곳 주인 화가님을 아주 오래 오래 기억할거 같았다.
아니...그분 말따나 여름에 찾아가서 발코니에서 차마시고, 가을엔 발코니에 심어놓은 감나무 아래서 또
감을 따 먹으며 얘기꽃을 피울지도 모를일이었다.
그땐 작품을 사줄 여력은 어렵지만...넥타이 작품은 하나쯤 사고싶다.
얘기하는라 사진 찍을 생각을 전혀 못했다.
ㅎㅎ
다시 차를 몰고 내려와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싸롱음악회가 열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황인용 아나운서의 <카메라타>에 가기위해서 였는데,
불이 환하게 켜져있는 멋진 갤러리가 눈을 잡아끌었다.
입구 한켠에 마치 화원처럼 잘 꾸며진 멋진 공간이 우릴 잡아맸다.
그제서야 사진찍을 생각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잘 꾸며진 까페처럼...
그러나 원목으로 만든 탐나는 가구와 여러가지 그릇,패브릭, 조화를 비롯 꽃등 소품을 파는 공방이었다.
이것 저것 구경할게 너무나 많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했다.
그중에서도 갖가지 모양의 커피잔이 가장 사고 싶었는데...
오늘은 그냥 꾸욱 참고...
발길을 돌려 내가 이곳을 갈때마다 들리는 book갤러리에 갔다.
1층에 있는 레스토랑엔 사람으로 가득했다.
와~~일요일 밤에 오니, 이곳에 사람있는걸 보겠네....
우린 배가 불렀기때문에, 그냥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보물같은 옛날책을 보고는 길을 따라 주욱 올라가며 책구경을 했다.
어쩌면 늘 그자리에 꽂혀있는 책들일지도 모를일인데, 갈때마다 늘 새롭고 이쁘고 갖고 싶어진다.
오늘도 역시 난 책을 하나 샀다.
북유럽 여행을 앞두고...음악과 문학이 있는 여행 서적....
다시 차를 돌려 <카메라타>엘 갔다.
입구엘 보니 오늘도 음악회가 있었다.
시간은 벌써 8시 50분.
7시에 시작한 공연은 벌써 끝났다.
묵직한 철재문을 열고 들어가니 무채색의 차분하고 현대적인....그리고 재즈가 우리를 맞는다.
입장료이기에 선불을 내고, 연주회도 없는데...우리는 어느자리를 잡아 앉을까 잠깐 망설이다가
가운데자리에 앉았다. 일요일 저녁이라 9시였음에도 사람들이 꽤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주문한 모과차와 대추차를 맛본다고 돌려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커피주문은 너무 늦어서 끝이났지만, 내려놓은 커피는 서비스해 준다고 하여 또 커피와 파운드케잌도 더 가져다 먹었다. 다이어트 얘기는 오늘도 빠뜨리지않고 하면서...ㅎㅎ
<앞면 전면이 스피커로 되어있다. 바닥부터 있는 거대한 정사각형 스피커는 1930년대것이라고 했는데,
한번에 구입한것은 아니고 전국을 수배해서 하나씩 찾아서 짜맞춘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위로도 또 스피커가 있고, 똑같은 것이 양쪽으로 있고, 그 가운에에도 또 스피커가 있다. 그래서 감상실 전면이 천정부터 바닥까지 스피커로....음악매니아들을 압도한다.
드럼이 있는 다른 한켠에는 피아노가 있는 무대가 있다.
사진의 오른쪽벽에 있는것이 디스크가 가득한 곳.>
<이곳을 찾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나이 상관없이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한컷씩...ㅋㅋ>
<탁자위의 작은 것은 앙증맞은 연필깍기와 몽당연필,메모지, 그리고 그라모폰 잡지이다.
음악을 신청하라는...>
문닫을 시간이 거의 임박해오면서...
주인장인 <황인용>씨와 자리를 함께했다.
첫마디가....
"여자들은 둘이서도 무슨 얘기를 그렇게도 끝없이 재미나게 하는 지 모르겠다"고
그말에 깔깔대고 웃으며, 남자들은 안그런가요? 했더니,
"정말 그렇지 않다고...심지어 3명이 모여도 남자들은 서로 얼굴 맞대고 멀뚱대고 있다"고 했다.
이수가 모 아나운서를 물으면서, 자신의 학창시절 방송국에서 한 알바얘기, 첫사랑얘기, 영어강사가 된얘기...를 필두로 두번째 얘기꽃을 피웠다.
나는 클럽발코니얘기- 발코니와 카메라타가 서로 연계되어 있기때문에...
크레디아 정재옥 사장얘기, 싸롱음악회얘기, 어떻게 하면 더 활성화를 시킬 수 있을까...등등
이 좋은 헤이리마을이 빨리 정착하고 많이 사람들이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헤이리 사랑얘기....
이런 마을이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일본에도 없다고 하면서 일본도 화랑들곁에는 온통 명품관과 까페 레스토랑이고, 그래서 되려 화랑은 악세사리인것 같은....그런 분위기라고...
................
객석 후원회파티에서 황인용씨를 봤었다는 얘기도..
그말에, 요즘 <객석>은 아주 잘나간다면서 자기네 카메라타가 후원을 받아야된다고 해서 또 웃었다.
한때....세상 사람이 다 알만큼 유명세를 치뤘던 아나운서를...
이렇듯 한테이블에 앉아서 얘기꽃을 피우다 보니, 되려 유명했던 젊은날 그보다 너무나 다정다감한 이웃사촌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은 헤이리는 교통이 불편해서 자가용이 없이는 너무나 찾기가 불편한 곳이다.
그걸 빨리 해결해야만 좀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홍보가 가장 문제인것 같다고 나는 재차 강조했다.
<카메라타>도..
우리는 마지막 손님으로 함께 카메라타를 나왔다.
오늘도 여지없이...영업이 끝나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예술의 전당 모짜르트에서 처럼..
세종 문화회관 옆, 스타벅스에서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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